알고리즘의 늪에서 탈출하라

중년여성 성장기- 나 사용설명서 5부 03

by 지식농부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간 여자


남편이 퇴직하고 거실 풍경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남편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텔레비전 리모컨을 사수하고, 저는 식탁 의자나 안방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쥐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각자 조용히 쉬는 평화로운 오후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저의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바다, 아니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저 '저녁에 뭐 해 먹지?' 하며 요리 레시피 영상을 하나 클릭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알고리즘이 제 마음을 읽었는지, '50대가 꼭 먹어야 할 음식', '정리 수납의 기적', '노후 자금 1억 모으기' 같은 영상들을 줄줄이 사탕처럼 추천해 줍니다.


"어머, 이건 봐야 해."


그렇게 홀린 듯이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쇼츠(Shorts)'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영상들이 주는 자극은 강렬합니다. 손가락을 위로 쓱 올리기만 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니 도무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잠깐만 봐야지 했던 것이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됩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창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뜨끈하게 달아올라 있고, 제 눈은 뻑뻑하고 목은 거북이처럼 앞으로 쑥 빠져 있습니다.


분명히 유익한 정보를 본다고 봤는데, 머릿속에 남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머리가 띵하고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합니다. 쉬었는데 쉰 것 같지 않고, 무언가를 배웠는데 써먹을 곳은 없는 기분. 저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감옥에 갇힌 '유튜브 좀비'나 다름없었습니다.


대리 만족이라는 달콤한 독


가만히 제 유튜브 시청 목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부부의 브이로그, 시골 폐가를 고쳐 멋진 별장을 만드는 영상,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텅 빈 방을 보여주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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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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