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성장기- 자서전 0회차
남편의 퇴직 통보를 받던 날, 현실같지 않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습니다. 남편 잘못이 아니고 회사 사정으로 퇴직하지만 세상의 흐름에서 훅 쓰레기처럼 밀려난 기분이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28년. 누군가에게는 청춘 전체이자 한 세대에 가까운 그 시간 동안, 저는 철저히 ‘누구의 아내’이자 ‘누구의 엄마’로만 살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내 생의 유일한 사명이라 믿었고, 아들의 도시락과 남편의 셔츠를 챙기는 일상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은퇴라는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단순히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긴다는 경제적 위기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비어가는 통장 잔고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내 안이 텅 비어 있다는 서늘한 감각이었습니다. 직함이 사라진 남편 곁에서, 저 역시 이름표를 잃어버린 채 길을 잃은 미아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거울 속에는 낯선 중년 여성 한 명만이 위태롭게 서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저 자신에게 생전 처음으로 아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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