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태양 아래 살다, 낯선 언어 적응기

중년여성성장기-자서전2부11장

by 지식농부


부산 동래의 첫 내 집, 그리고 예견된 이별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가졌을 때의 감동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부산시 동래구에 아파트를 마련하고 그 기쁨을 누린 지 고작 몇 달이었을까요. 남편의 스페인 해외지사 발령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당시 남편이 몸담았던 ‘한진해운’은 해외 전문가 과정으로 직원을 교육시키면 반드시 현장으로 내보냈고, 가족이 함께 나가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1년간 스페인어 연수를 받으며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결혼할 때부터 외국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저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 주변에는 외국 생활을 해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처럼 체계적인 해외 이사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답답할 뿐이었죠. 저는 제게 가장 익숙한 방식, 즉 ‘책’을 통해 길을 찾기로 했습니다. 부산의 대형 서점인 문창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이 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제목은 다소 선정적인 『세상을 수청 드는 여자』였습니다.


인생의 바이블이 된 ‘자극적인’ 제목의 책 한 권


제목에서 풍기는 오묘한 뉘앙스와 달리, 이 책은 외교관 부인인 이강원 여사가 30년 타국살이 경험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실용서였습니다. 저자는 외교관 부인을 ‘요리사, 이삿짐 전문가, 국제 운전기사, 의전과 에티켓 전문가’로 정의하며 남편이 외교 수완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그런 제목을 지었다고 했습니다. 제목은 조금 격이 떨어져 보일지 몰라도 내용은 저에게 보물지도나 다름없었습니다.


수많은 조언 중에서도 제 가슴에 깊이 박힌 한마디는 “현지 언어를 반드시 공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성전처럼 받들었습니다.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도 이 책만큼은 버리지 않고 아직 제 책장에 소중히 모시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낯선 땅으로 떠나는 두려움을 ‘언어를 정복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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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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