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용 잔혹사,32년 연표:바퀴에 실린 가족역사

중년여성 성장기-자서전2부12장

by 지식농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 차가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죠? 1990년대 초반에 신혼부부는 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사때면 꼬박꼬박 연년생 아들 둘을 업고, 걸리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그런 세월을 거쳐 국산 똥차에서 외국 유명 브랜드 차까지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만원 버스의 고단함을 털어내기 위한 선택, 마이카 시대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마이카(My Car)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할부를 끼고 자동차를 사기 시작한 열풍은 우리 집 대문 앞까지 찾아왔습니다. 사실 제게 자동차는 단순한 과시용이 아닌 절박한 생존의 도구였습니다. 큰아이가 태어난 후, 짐 보따리를 들고 아이를 업은 채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며 경남 삼천포 본가까지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길이었습니다.


남편은 회사 지인을 통해 중고 '엑셀' 한 대를 집으로 들여왔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번째 바퀴였습니다. 비록 남이 쓰던 낡은 차였지만, 더 이상 정류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 모든 길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위의 폐차, 그리고 50만 원의 공포


사건은 남편이 해외 연수를 떠나 집을 비웠을 때 터졌습니다. 저는 5살, 3살 두 아들을 태우고 홀로 운전대를 잡아 삼천포로 향했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동네 정비소에서 꼼꼼히 점검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명절을 지내고 돌아오는 고속도로 위에서 차가 뒤로 빙그르르 도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다행히 아이들과 저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첫 차 엑셀은 렉카에 실려 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폐차되었습니다.


그 뒤 50만 원을 주고 급하게 들여온 '르망' 중고차는 더 황당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던 남편이 기어가 빠지는 바람에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 아찔한 사고를 겪은 것입니다. 고치긴 했지만 도저히 장거리 출퇴근용으로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큰맘 먹고 '아반떼'를 새 차 할부로 구입했습니다. 자동차는 가족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은 뒤였습니다.


자동차 할부 이자에 숨겨진 자본의 민낯


아반떼를 2년 정도 타다가 스페인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차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자동차 할부 이자가 무려 8%대에 달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단순히 차를 제조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할부금융과 캐피털을 통해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서민들은 편리함을 담보로 자본가들에게 높은 이자를 지불하며 살고 있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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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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