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

중년여성의 성장기- 기념일

by 지식농부

2-106 환갑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

P여사,오늘 60회 생일이다. P여사는 일년에 세번 생일을 지낸다. 첫번쩨 생일은 주민등록상 생일인 3월이다. 그때는 은행을 비롯한 고객관리하는 곳에서 생일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온다. 살짝 웃으며 넘긴다. 두번째는 태어난 날, 음력 동지 무렵이다. 동지가 되면 '내 생일이구나' 생각하는데 동지팥죽을 쑤어 먹은 적이 거의 없다. 그날은 나만 기억하는 날이다. 사주팔자 보는 날짜로 기억한다. 세번째는 가족에게 알린 오늘 날짜의 생일이다. P여사가 태어난 음력날을 양력날짜로 계산해서 고정했다. 해마다 음력을 양력으로 계산하려니 귀찮아서다. 크리스마스 2일 전이라 큰아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K씨의 12월 생일과 함께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여 특식을 먹고 케이크 조금 먹고 논다. 올해는 큰아들이 킹크랩을 준비한단다.


P여사는 올해 회갑이란 말을 아들 둘에게 굳이 하지 않았다.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100세 시대에 아직 살 아갈 날이 아득한데 회갑을 축하하려니 요란스러운 느낌이어서다. 그런데 11월에 지인이 집에 와서 밥 먹을때 말했다. "제가 올해 환갑이에요. ㅎㅎ 선생님은 환갑때 서촌에서 한옥을 빌려 가족이 놀았죠." " 맞아요. 아들 며느리에게 말해야 대접받아요" 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큰 아들에게 "엄마가 올해 환갑이다" 말했더니 무심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환갑에 무엇을 하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으냐고 물었는데 특별히 갖고 싶은 물건도 없고 가고 싶은데가 없다. 큰 아들부부도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P여사는 작년에 사돈 부부가 회갑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장인장모께 한 것처럼 하면 된다고 했다. 돈으로 선물했다고 한다. P여사도 그러라고 했다.


회갑이라고 명품가방을 받는다면 잘 들고 다닐 것 같지 않다. 명품옷을 사도 자주 입을 것 같지 않다.

명품가방은 아니지만 값나가는 가방을 사 본 적이 있다. 몇번 들다가 안 가지고 다닌다. 명품옷은 트렌치 코트를 산 적이 있는데 두세번 입고 K씨의 낡은 와이셔츠를 덧입혀 고이 모셔 두었다. 즘은 당근에서 팔수도 있지만 파는 것이 번거로워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오늘 생일이라는 것을 채소과일식을 차리면서 알았다. K씨는 약간 미안해하면서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했다. 스페인어 스터디를 하고 있는 오전 12시쯤 미역국으로 점심 준비했다고 전화가 왔다. 하지만 P여사는 12월까지 오후 1: 30분까지 출근해야 해서 먹을 시간이 없었다. 저녁에 외식을 생략하고 오뚜기미역국을 먹었다. 한우가 들어간 완도산 미역으로 만든 미역국이었다.


K씨는 5년 전부터 P여사의 생일이면 미역국을 사서 끓여준다. 잊지 않고 해주려고 노력한다. P여사는 일년에 돌아오는 기념일을 치르는 것에 불편해한다. 자신의 생일조차 불편하다. 그렇다고 가족의 생일이나 제사를 생략할 수 없다. 생일을 생략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가족이 섭섭해 할 것 같아 치른다.


올해는 회갑이라 조금 다르게 기념하려고 한다. 새해 1월 2일에 고향에 내려가 언니, 오빠를 음식점에 초대해 감사인사를 하려고 한다. 막내인 P여사를 업어 키운 정이 많은 셋째언니, 결혼할때 그릇을 같이 사러 간 든든한 둘째언니, 언제나 인자한 큰언니, 언제부턴가 전화하면 고맙다고 말하는 큰오빠를 초대해서 회갑을 자축하며 실컷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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