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 내 남편의 치매 입문기
너도 치매, 나도 치매( 1탄)
착한 남편이 치매에 걸렸다.
오랫동안 해 왔던 버스기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무언가 배워 봐야겠단 생각으로
도전하게 된 직업이 요양보호사였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도전한 게 아니라 정말로 상상도 예기치 않은 우연한 기회에 남편의 치매를 알게 되면서 생각해 낸 제2의 직업이었다.
처음엔 남편이 치매일 거라고는 절대로 상상도 믿지도 않을 결과를 얻었다.
아주 정상적이었고 별다른 느낌을 알지 못할 정도로 생활을 했고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남편은 치매 검사를 하러 같이 오라 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힘들게 직장 생활하는 마누라를 못살게 하고 있다며 짜증을 부렸지만, 모르는 전화를 받게 되었고 돈 드는 일이 아니니까 귀찮아도 같이 방문해 달란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3가지 사물을 꼭 기억하게 하고 이것저것 묻고는 아까 잊지 말라고 한 사물 3가지를 말해 보라고 하는데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쉬운 더하기 빼기를 시켜도 계산을 못했다.
대충 이런 식으로 검사를 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며 협력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받게 되었고, 등급을 받아 지금은 주간 보호 센터에 다니고 있다.
보건소 치매안심 센터에서 어떻게 남편의 치매를 알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코로나 있기 전에는 매주 목요일에 교회에서 점심을 줬다.
그것을 먹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빠짐없이 교회를 갔었고, 식사하러 오는 어르신을 대상으로인지 검사를 해줬는데 남편이 의심이 되었단 거였다.
by 정이다하지만 우리 가족은 전혀 느끼지도 생각도, 상상도 못 했던 기막힌 슬픈 병에 걸린 걸 알게 되었지만, 불신을 하고 전혀 믿지를 않았다.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얘기를 듣고 결과를 알고 나니, 그때부터 전조 증상이 슬슬 나타나, 날로 심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무언가를 데우거나 끓이는 일을 잊어버리고, 냄비를 새까맣게 태우고, 타는 냄새가 나도 냄새를 맡지 못했다.
이런 식의 실수가 반복되었고, 하지 말고 놔두라는 설거지를 자꾸 했지만, 음식 찌꺼기가 그냥 묻어 있었고
세제로 닦는 게 아니라, 그냥 수세미로 대충 문지르고 깨끗하게 했다고, 고집부리며 열심히 해댔다.
아무리 하지 말고 놔두라 해도 고집스럽게 하며 일거리를 만들어 짜증 나게 했다.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꿨는 데 사용법을 여러 번 몇 번씩 알려 주어도 전혀 사용할 줄을 몰랐다.
예전엔 아침 일찍 일어나 텃밭에 있는 신선초. 케일 등을 뜯어와 과일 당근 등을 넣고 믹서에 갈아 아침마다 먹었는데 이제는 커다란 믹서에 작은 믹서 칼날을 넣어 같이 돌린다. 환장한다.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일을 할까 이해가 안 됐다.
각자 각방 생활을 하다 보니 모르고 있는 일도 있다.
식사를 위해 남편을 부르며 방을 들어가니 냄새가 났다.
똥 쌌냐 하니 안 쌌다는데 너무 역겨워 뒷춤을 내려보니 똥을 싸놓고 전혀 느끼지 못했다.
미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이거 똥 아니냐 하니 눈만 데굴데굴 아무 말이 없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나빠지고 있을까 속이 터지고 분통이 터져 혈압이 오른다.
멀쩡한 사람이 너무 돌출한 짓을 해대니 환장 스토리다.
그래서 배우자가 폭행을 가장 많이 한다는 뉴스 가십 거리에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화가 올라올 때 가족이 왜 폭행을 할 수 있는지 동조감과 이해가 되는 현실감에 너무 슬퍼진다.
어느 날은 센터에서 아들집에 가겠다고 고집부려 버스를 태워 드렸단 말에 보호자한테 연락도 없이 버스를 타게 했다고 난리치고는 남편한테 차에서 내리라 했고, 내린 곳이 어디냐 하니 모르겠다 한다.
허구 한날 혼자 버스 타고 열심히 손주 보러 아들 보러 다니던 길인데 전혀 모르겠단다.
영상통화를 하여 있는 곳을 비춰 보라 하니 자기 얼굴을 비춘다.
소리를 질러가며 거리를 보이게 해 보라며 한바탕 난리를 치는데 또 환장해서 내가 죽을 지경이었다.
매일 타고 다니던 길이고 아는 길인데 어딘지를 모르겠단다.
아들네 아파트 출입문 8자리 비번을 누르고 다녔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다.
계절이 바뀌어 더운 날씨임에도 내복을 찾아 몰래 입었고, 잘 때도 양말을 신고 잔다.
샤워를 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놔도 입었던 옷을 도로 입는다.
또한 식성도 달라졌고 먹어 봐서 맛있단 생각인지는 몰라도 여러 날을 똑같은 걸 먹겠다 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물려서 먹지 못할 것 같은데도 먹던 것만 달라한다.
아직까지 사람은 다 기억하고 있지만 행동은 나날이 떨어져 간다.
걸음걸이도 많이 느려지고 세상 바쁜 게 하나도 없다.
항상 운동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매일 아침 일찍 산에 올라가 싸간 간식을 먹고 오후 늦게나 산에서 내려와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고 집에 오던 사람이 산에 다녀오라 해도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지금은 항상 누워 있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자려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주간 센터에서도 식사 시간 외에는아무것도 안 하고 항상 누워 잠만 자다 온다.
할 수 없이 주말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 그때나 걷는 게 큰 일 하는 거다.
아침 치매약은 센터에서 복용하고 저녁 치매약은 1주일치 약통에 넣어 주고 제대로 먹었는지 확인하는데 요일에 표기된 대로 먹는 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먹는다.
말을 해도 이해를 못 하는지 아직 인지가 남아 고집을 부리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저녁 약을 빼먹지 않고 꼭 챙겨 먹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나도 혈압약. 고지혈증. 혈액순환제. 호르몬제등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데 하루는 내 약통이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혹시나 싶어 물어보고 찾아도 모른다더니 남편이 가져가 내 저녁 약을 먹었다.
미치고 돌아버릴 환장페스티벌이다.
내 약은 하루 3번 1주일치가 담겨 엄연히 약통이 완전히 다른 크기의 모습인데 자기 약인줄 알고 먹었다 하니 봉창 터져 환장한다.
다행히 혈압약이 없는 저녁 약을 먹어 버려 천만다행이었다.
오늘 아침엔 뜬금없이 2만 원만 빌려 달란다. 돈도 못 벌면서 언제 벌어 갚으려고 꿔달라며 돈을 뭐 하려고 꿔달라 하냐 하니 보신탕 사 먹겠단다. 이렇게 어쩌다 한 번쯤은 정상 같은 인지력으로 요구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거의 상상과 이해가 안 되는 일로 속상하게 할 때는 환자니까 정상이 아니니까 별의별 이해를 다하고 그렇거니 해도 어느 순간엔 같이 죽어 버리자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을 만큼 속상한 일이 너무 많다.
앞으로 또 얼마간의 시간과 노력과 사랑으로 버티고 견뎌 나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