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숙한 향수 Oct 25. 2024

똥손이라도 괜찮습니다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한 걸음 내딛기

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일컬어 똥손이라고 한다.

한 때는 정말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여서

자책도 많이 하고 슬픈 나날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노력할 수 있었다.


똥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학교 때인가 친구들은 미술 시간을

좋아했던 거 같은데 스스로 느끼기에

숙제 같았던 나는 그 시간이 싫었다.


균형감도 안 맞고 삐뚤거리는 그림은

예쁘지 않다 생각을 했었고

주변 사람의 날카로운 말들은

미술과 나를 더 멀어지게 했었다.


그런 나날을 겪은 뒤 더 이상

미술과는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예술 관련 직업을

택하게 되며 또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미술, 공예 전공자 소위 말하는 금손들 사이에서

애써 미뤄두며 모른 척했던

손재주가 없음을 일할 때마다 느끼는

순간순간 이어지게 되었다.


손재주가 없다는 게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미적 감각이 중요한 내 일터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했다.


무언가를 꾸미고 그리는 날에는

다른 업무를 맡는 게 좋겠다며

배제되는 상황을 겪게 되며

속상하기도 왜 나만 못하지 생각했다.


똥손이라서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꾸 위축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상처받는 나날이 시작되었던 거 같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한 지금의 나였다면

능글맞게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왜 이리 아픈 마음이 들었는지

잘못도 아닌데 왜 쭈글어 들었을까.


그 이후 한 동안은 힘들었지만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을 하게 되어

미적 감각을 채우기 위해 전시도 보고

색연필 그림을 배워보거나

다양한 공예를 접하려 노력했다.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지만

주변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하며

나의 매력으로 생각하게 되니 달라졌다.


손재주가 없다는 건 어쩌면

창의적인 나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아닐까. 당당하게

자신만의 특별함을 펼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꼭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