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리파이가 궁금하다

새로운 약이 등장했다

by 보나

약 10개월만의 우울증 재발 이후, 새로운 약을 처방받게 되었다. 아빌리파이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가 이 약은 어떤 약이라고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약을 받고 나면 꼭 약봉투를 확인하고 약에 대해서 찾아보곤 한다.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알아야 다음에 병원에 갔을 때 약이 어땠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냈어요?"

"전에는 격렬하게 죽고 싶었다면 약 먹고 나서는 은은하게 죽고 싶어요."

"약을 파격적으로 늘리겠습니다."


이런 대화의 결과로, 기존에 먹던 알약들은 조금 더 커지거나 잘리지 않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아빌리파이라는 약을 추가로 먹게 되었다.


아빌리파이

- 성분: 아리피프라졸

- 효능 및 효과: 조현병,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급성 조증 및 혼재 삽화의 치료,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부가요법제, 자폐장애와 관련된 과민증, 뚜렛장애


이러한 약이라고 한다. 이 약을 처방 받기 전부터 사실 나는 이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우울증 약의 주요 부작용이라고 하는 체중증가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약 복용자들의 증언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우울증과 관련된 책을 읽다가 이 약의 또 다른 별명이 '돼빌리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울증 약을 먹게 되면서 살이 쪘다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나도 그 중 한명이다. 6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약 10kg 정도가 증가하였다.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던지라 살이 찔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면서 꾸준히 통통해졌다. 처방받은 약은 살이 찌는 약이 아니라고 의사는 말했었지만, 10개월간 단약하는 동안 자연스레 5kg정도가 감량되었으니, 약 때문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


약을 먹고 살이 찌는 경우는 두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는 병세로 인해 식욕이 감소했다가 약을 먹으니 병세가 호전되면서 식사를 보통처럼 하게 되면서, 살이 찌는 경우. 둘째로는 진짜 신체의 대사같은게 변해서 뭔가를 먹으면 살이 잘 찌게 되는 경우. 나의 경우에는 특별히 식사량을 조절하거나 추가적인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단약만으로 5kg이 줄어들었으니, 아마 둘째의 경우가 아닐까 한다.


'돼빌리파이'라는 별명을 가졌는데도 아빌리파이가 사람들에게 많이 쓰이는 약이 된 것은, 사람을 살리는 약이기 때문이겠지. 아빌리파이를 복용한지 10일 가까이 되어 간다. 나는 몸 속에서 희망이라는게 조금씩 생기는 걸 느끼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연탄이니, 밧줄이니, 강물이니 하는 걸 떠올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게 오로지 아빌리파이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의 '파격적인 늘린 약'은 분명 나를 10일 더 살려 두고 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되도록 많이 섭취하려는 식사를 하면서 식사량을 아빌리파이 복용 전과 후를 동일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까지 몸무게가 늘지는 않았다. 부디 나에게는 살찌는 부작용이 없길 바라며, 아빌리파이가 알려진 만큼의 효과를 내게 보여주길 바라며, 며칠이라도 나를 더 살려 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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