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당신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2019년 7월, 머릿 속에는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나처럼 쓸모없는 인간은 죽어도 손해가 아니고, 나로서도 죽으면 이 고통도 끝이 날 텐데, 내가 죽고 나서 남겨진 사람들이 너무 슬프거나 고통스러우면 어떡하지? 이상하게도 그 때는 이게 너무나 옳은 생각처럼 느껴졌고, 곧 묘안을 떠올리게 된다. 내 생일에 내가 죽으면 생일도 죽은 날도 한 날이니까, 가족들이 하루만 나를 기억해도 되고 편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의미도 있을 것 같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니 아름다운 게 보고 싶었다. 어둡고, 절망적이고, 모든게 무의미하고, 축축한 내가 사는 세계를 떠나서 빛이 있고, 아름답고, 반짝이고, 자연이 흐드러진 그런 곳에 가고 싶었다. 내가 죽어도 상관없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에서 그런 아름다워서 여한이 없는 상태에서 죽고 싶었다.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섬의 가장 위쪽,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조용한 동네에 도착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단순했다. 하루 두 끼 밥을 먹고, 저녁엔 술을 마셨다. 책을 읽고, 일기를 끄적이고, 수영을 했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미역국도, 친구들의 축하 선물도 없는 그런 낯선 곳에서의 생일.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지 못하는 내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 문득 게스트하우스의 주인과 직원들이 꽃으로 장식된 케이크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Happy birthday to you,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작은 초를 꽂은 케이크를 들고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노래를 다 부른 후에는 생일 축하한다며 나를 꼭 껴안아 주었고, 나는 울 수 밖에 없었다.
체크인 할 때 별 생각 없이 적어 줬던 생년월일 때문이었는지, 그 곳에서 사귀었던 친구가 알려 주었었는지 잘 모르겠다. 죽으려고 찾아간 그 바닷가 마을에서 그렇게 내 29살 생일은 또다시 축하받고 말았다. 우습게도 친하지도 않고, 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받는 마음이 오히려 또 다시 나를 살게 했다. 한국에서 나를 짓눌러왔던 부족한 성취와 인간관계는 전혀 상관없이 받은 나란 존재에 대한 축하라는 생각이 들어서 죽을 수가 없었다.
그 해 이후 매년 생일이 되면 2019년의 생일케이크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