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울었네
우울장애, 불안장애 약을 다시 먹은지 2달 가까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너무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여서 상담을 받는 것조차 마음을 먹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약을 먹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지난 주에 전화로 신청하고 담당자와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되었다.
사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상담은 처음이 아니다. 가장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상담이었는데 4회기정도 진행했었다. 2019년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사실 상담을 하게 되면 당연히 무엇이 힘든지, 약은 먹고 있는지, 어떤 일 때문에 힘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피로감이 상당하다. 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이야기 자체가 힘들게 느껴지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더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회기 상담은 그렇게 과거 일을 이야기하다 다 지나가고, 다음 상담 또한 근황 이야기하다 1시간이 흐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담의 회기가 다 끝난다. 물론 힘든 이야기를 하는 자체로 해소감이 있기는 하지만 회기가 짧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몇 번의 상담으로 상태가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상담이라는 것이 단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드는데, 제도가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다음에 작년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마음건강 지원사업을 통해서 상담을 받았다. 1회기는 카페에서 진행되었는데, 탁 트인 카페에서 상담사와 마주앉아 혼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자니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이 곳에서 상담을 받았던 시기는 의사의 처방 아래 단약을 했던 때여서 이 상담 역시나 과거의 슬프고 떨쳐내기 어려운 일들을 토해내다 상담 회기가 종료되어 버렸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만족도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용이 들지 않아 뭐라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다리가 부러지면 사진도 찍어보고 의사가 어떻게 지내라 이야기도 해주고 물리치료도 받고 진통제도 먹고 좀 누워서 쉬고 하는 등의 여러 처방이 있는데 이런 정신병은 대체 구체적인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다. 운동해라, 햇빛봐라, 규칙적인 생활 해라 같은 것들을 할 수 없는 증상의 '정신병'인건데, 이것들을 해야 낫는다고 하니 우울증 환자가 가장 답답한 부분이기도 하다. 남들처럼 운동도 하고 규칙적으로 사람답게 누구보다 살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더 답답해지고, 더 막막해져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 초기상담을 통해서 내가 신청한 서비스는 사설 상담소를 통한 상담 바우처이다. 30분 가량의 짧은 초기상담과 우울증 검사를 진행하였고, 상담사가 바우처 의뢰서를 넣고 나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일주일정도 걸린다고 한다. 최근에 많이 돌아다니고 약도 잘 먹어 기분이 적당히 유지가 되었었는데, 오늘 상담을 가서 또 힘들었던 일을 끄집어내고 나니 기분이 너무 가라앉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최근 살이 2키로 가량 쪄서 뭔가 먹고 싶지도 않아 6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물과 두유 하나밖에 먹지 않고 버티다, 겨우 저녁을 차려 먹었다. 기운이 너무 빠져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 겨우 여기에 글을 하나 남겨 놓는다. 오늘의 고생스러운 하루가 부디 의미가 있어서, 사설 상담이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