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공과를 떠나 역대 대통령들의 일상을 다루겠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전두환의 친필 사인볼과 봉황이 그려진 방한모가 대통령의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전두환이 스포츠를 좋아해서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는 설명이, 정말 공과 과를 떠났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각하'라고 쓰인 전두환의 서류가 그저 지나가 버린 과거인가요? 명백한 과오를 눈감는 것이 바로 미화입니다.
전시의 주제보다 심각한 건 퀄리티입니다. 전시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 것이 허다하고, 대통령이 직접 썼던 물건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습니다. 박정희의 그림도 박근혜의 원고도 복사본입니다.
소장품도 아니고 본인과는 관계없는 단순 기념품인 것도 많습니다. 사진의 화질은 들쑥날쑥하고, 영어로 된 설명도 모자랍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보도자료까지 직접 배포했던 부처의 대처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청와대 전시 예산은 올해 36억 원입니다. 본관은 전시실로 탈바꿈할 정도의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일부 복원하고 가벽을 세운 정도입니다. 전시품은 대부분 기증되었거나 보관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첫 전시에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걸 고려하면 의아하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9월 이후 한 번의 전시가 더 열릴 거라고 추측하지만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춘추관에서도 '초대, 장'이라는 전시가 열립니다. 본관의 가구와 접시를 전시하는데, 예쁩니다. '할머니방'이라는 공간이 있었단 비화라든지 처음 보는 대통령의 서명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본관과 춘추관의 거리가 꽤 되고 동선도 복잡하게 느껴져서, 관람객이 하나의 전시라는 통일성을 느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에서 열립니다. 청와대 개방의 이유는 무엇인가, 전시관으로 적합한 공간인가, 의문에 대한 답을 줄 것 같았던 첫 전시는 무척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