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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오 Jan 08. 2023

(시) 워낭 소리


바람벽 못 뺄 일 있어 펜치를 찾다가 어럽쇼, 이런 게 

다 있었나 먼지 먹은 아버지 연장통, 드라이버 쇠톱날

니퍼 전지가위 민자못 꽈배기못 속에서 녹슬어 가는 

방울 한 개, 새삼스럽다.

그래 소가 있었어. 퉁방울눈 끔적거리며 밭도 갈고 논

도 갈고 허연 입김 내뿜으며 마차도 끌고 일꾼 중에서

도 상일꾼 소가 있었어.

이걸 워낭이라고 한다지. 그때는 그냥 쇠방울, 쇠방울

그랬는데

아버지 등 긁어드린 것보다 수시로 소 등허리 긁은 기

억도 서랍 깊은 곳에서 슬며시 고개를 든다.

사는 동안 나는 왜 소 생각이 안 났을까

등 따습고 배불러서 그랬을까

어느 해인가 어른들 모두 친척집 혼인에 가고 혼자 밤을

지키다 외양간이 궁금해 랜턴 들이밀었을 때 놀란 눈으

로 나와 눈이 딱 마주치기도 했었다.

주인을 닮아서인지 범생이처럼 순박하고 일 잘하던 우리

토사구팽의 전범처럼 밥 먹고 산다고 소 하면 화가 이중

섭을 떠올리는 이 어쭙잖은 작태를 뭐라 해야 하나

못 빼낸 자리처럼 남은 워낭 한 개

귓전에 대고 흔들어 본다, 딩강딩강

방앗간에서 돌아오는 

내 젊은 아버지 발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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