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별들의 유영
비 온 뒤에 정말 땅이 굳어지더라.
대학생활 통틀어 정기공연을 준비하던 그때만큼 밴드 동아리가 성행했던 적이 없다. 1학기 때보다 2배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약 2달 남은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여름, 잠깐 갈등을 겪느라 시간을 허비했으니 더욱 세차게 노를 저어야 했다.
정기공연은 밴드 동아리의 연중행사 중 가장 큰 사업(?)이기도 하고, 학교 곳곳에 홍보 포스터가 붙는다. 우리가 시끄럽게 악기를 들고 몰려다니니 학업에 바빠 악기를 놓았던 고학년 선배님들, 심지어 대학원생 형님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바람에 팀을 하나 꾸려 축하공연을 하러 오신단다. 그 팀에 교수님도 껴있다는 소문이.. 아무튼 세미 축제급 행사다.
지난 내홍을 시원하게 불식시키듯, 선곡 과정이 기존처럼 '추천 - 투표'식으로 단순하지 않았고, 정말 모두가 참여해 만들고, 뒤집고, 새로운 걸 끼워 넣는 과정이 고되지만 참 즐거웠다.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모여 마구마구 쏟아내는 아이디어들이란 정말 창의적이고 유연하고 말랑말랑했다.
타 학과 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오는 만큼 대중성 있는 곡들부터 몇 개 넣고, 그다음 마이너 하지만 들으면 반드시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된 서브곡, 그리고 장르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살피며 그 밸런스를 위해 잔잔한 곡도 좀 넣고. 그리고 그 순서를 정할 때는 마치 영화 한 편을 만들어가는 제작진이 된 기분이었다.
공연 장소는 학생회관에 있는 소극장으로 결정됐고, 공강 시간에 다 같이 가봤는데 난 거기가 왜 이름이 소(小) 극장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꽤 크고 관객석도 계단식으로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라 설레면서도 긴장이 됐다. 다른 학과 사람들도 많이 올 거라 실수하면 그대로 나락이니, 더욱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바빴던 9월을 지나, 중간고사가 있던 10월을 넘어, 정기공연이 있는 11월이 다가왔다. 다들 조별과제에, 추석연휴로 인한 보강에, 또 시험에 참 정신없었지만 누구 하나 이 공연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시간을 쪼개 합주실로 모여들었다. 서로 일정이 다른 날은 혼자서라도 앰프에 기타를 꽂고 연습을 했다.
소극장 대관 시간은 대략 60분이었고, 교내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다 보니 그다지 칼 같이 지킬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귀한 시간 내어 찾아와 준 관객들을 위해 이 60분을 가득가득 채워야지. 4개 팀을 꾸려 15곡 정도를 준비했고, 팀과 팀 사이 멤버를 교체할 때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소정의 상품을 걸고 이벤트도 계획했다.
치열했던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내게 주어진 5곡.
Taylor Swift - <22>
혁오 - <위잉위잉>
플라워 - <애정표현>
MUSE - <Plug in Baby>
Adam Levine - <Lost Stars>
당시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로 유명했던 <Lost Stars>를 제외하고는 모두 생판 처음 알게 된 곡들이라 살짝 걱정됐지만, 들어보니 꽤 좋은 곡들이고 연습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곡들 같아 보였다. 심지어 <22>는 이 정기공연의 오프닝곡으로 결정되어 더욱 두근댔다. 이렇듯 구체적으로 나온 셋리스트는 한층 강력한 연습 동기가 되었다.
우리의 땅을 굳어지게 했던 가을비가 내린 뒤 날씨는 점점 추워져 옷차림이 반팔에서 긴팔로, 후드에서 니트로 변해갔지만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한 데 뭉쳐 연습에 열을 올렸고, 합주실에서 만큼은 겨울이 다가옴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합주실은 겨울인데도 땀 냄새가 자욱해 공기가 참 무거웠지만 그래도 매일 설레고 즐거웠다.
그런 짠내 나는 합주실이었음에도 일부 공연 준비에 관심을 갖는 학우들이 누추한 곳까지 구경 차 놀러 와주었다. 음.. 합주실이 난장판인 게 아주 날것 그대로라 좀 부끄러웠지만 뭐, 밴드인은 음악으로 승부하는 것 아닌가? 바로 앉혀놓고 시험 삼아 준비 중인 곡들을 들려줬다.
다 한 울타리 안에 사는 사람들끼리 공연에 관해 뭐 비밀이나 엠바고(Embargo)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해 보완할 건 보완할 수 있는 일종의 모의고사.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태울 수도 있고, 게다가 '특별히 너희한테만 먼저 들려주는 거야'라는 건방진 우월감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묘한 짜릿함이 있었다.
연습을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밤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이제 차다. 슬슬 때가 됐다는 것이겠지. 기숙사에 도착해서도 룸메이트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기타를 꺼내서 왼손만 코드를 짚으며 조용히 연습해보곤 했다.
그리고 연습 때와는 달리 무대에서는 기타를 서서 치는 게 간지이기 때문에 어떤 자세로 쳐야 할지 거울을 보며 고민을 많이 했다. 기타가 너무 가슴팍 쪽에 있지는 않은지.. 또 너무 내려서 메면 연주에 좀 불편하고.. 다리는 어느 쪽을 짝다리 짚는 게 보기에 더 나은지..
방구석에서 무대 위에 선 나를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연주 실력만큼 쇼맨쉽도 중요하니까..! 룸메이트 없는 내 방에서는 항상 혼자서 기타를 메고 이리저리 휘적휘적 나만의 리허설이 열렸다. 아무도 모르게.
대망의 정기공연 당일.
공연은 저녁 7시였지만 오전 강의부터 긴장이 되어 교수님 말씀이 도무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원래도 수족냉증이 있던 손은 더 차가워졌고, 피부색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투명해지고 있었다. 다리도 달달달.. 시선도 어디 가만 두질 못했다.
나는 그날 저녁 6시에 끝나는 교양 강의가 있어서 마지막 그 강의를 들으러 갈 땐 기타를 챙겨서 가야 했다. 끝나고 기숙사에 들렀다가 소극장으로 가기에는 도저히 리허설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서 그랬다.
하.. 그 기분 아는 사람 몇 없을 것이다. 엄숙하고 조용한 강의실에 커다란 기타 가방을 메고 들어가 부산스럽게 짐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을 때의 기분.. 더구나 그 강의에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완전 내향형 인간인 나로서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거기다 교수님께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어, 학생? 거기 옆에 웬 기타예요?
아 그게.. 끝나고 공연이 있어서요..
(웅성 웅성 웅성)
하.. 그냥 죽여줘라.. 결국 그날의 마지막 강의까지 아무것도 귀에 넣을 수가 없었다. 끝나고 홍당무 버금가는 얼굴로 울부짖으며 기타와 함께 뛰쳐나왔다. 오늘 하루 종일 맘 졸인 이유였던 바로 그것. 드디어 공연하러 간다. 언덕길을 성큼성큼 걸어올라 학생회관 소극장으로 향했다.
학생회관 로비에 들어가니 저 위층에서 희미하게 드럼의 킥 소리가 둥둥 들려왔다. 그리고 누가 일렉기타를 점검 중인지 윙- 좌아앙~ 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정말 결전의 장소에 온 느낌이 들어서 왠지 모르게 비장해졌다.
소극장에 들어서니 다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리허설을 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동안 합주실에서 동고동락해 온 멤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나도 비장하게 장검을 뽑듯 기타를 꺼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나름 무대에 선답시고 한껏 차려들 입었구만? 머리 넘긴 놈도 있고,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고 온 녀석들도 있고.. ㅋㅋ 합주실에서 보아 온 날것의 어떤 덩어리들이 아니었다. 잔뜩 힘을 준 가면을 쓰고 온 녀석들을 보자 씨익 웃음이 났고, 덕분에 긴장이 좀 풀렸다.
기타를 메고 튜닝하면서 소극장을 둘러보니 관객들은 입구에서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고, 조명이 반만 켜진 무대 위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리허설은 공연 순서의 역순으로 진행됐고, 앞서 말했듯 나는 오프닝곡을 맡았기에 내 리허설은 마지막 순번이었다.
공연 직전에 감각을 확 끌어올려 본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대신 그 시간이면 관객들이 이미 입장하고 착석을 완료한 시점이라 노래의 대부분을 필연적으로 스포하게 된다는 단점 또한 있다. 아니나 다를까 리허설인데도 거의 본 공연 수준으로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받아 살짝 민망했다. 뻘쭘하게 기타를 거치대에 두고, 멋쩍게 웃으며 무대에서 잠시 내려왔다.
약속의 시간, 저녁 7시. <22>의 한 가사처럼 그야말로 'It feels like a perfect night'.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곡이지만 통기타가 참 내 스타일이고, 연습이 꽤 잘 됐다고 생각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공연 전체의 MC를 맡은 동아리장과 부장의 팀 소개 멘트에 이어 우리는 무대 위로 줄지어 올라갔다. 리허설 때 노래 거의 다 들었음에도 관객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우리를 응원해 줬다. 역시 교내 공연..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지. 감사했다.
본 공연에 서 보니 생각보다 조명이 많이 밝았다. 노랑과 주황 그 사이 어딘가의 빛깔이었는데, 눈을 찌푸리고 그 빛줄기들 사이를 보면 관객들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뒤쪽엔 동기들도 보이고.. 선배들 그리고 군필 복학생 형님들의 복식호흡을 동반한 함성까지. 하루 종일 긴장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살짝 지쳐있었는데 정말 큰 힘이 되어줬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팜 뮤트(Palm Mute: 손날을 브리지에 대고 연주하여 좀 더 둔한 소리를 내는 주법.) 주법으로 시작한 오프닝곡 <22>. 연습 중에 걱정했던 유일한 변수라면 이 팜 뮤트를 하는 구간에서 가끔 피크를 놓칠 때가 있었는데, 여기를 잘 넘어가자 긴장이 더욱 풀려서 자신 있게 연주를 이어갈 수 있었고, 아마 내가 많이 웃으면서 무대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보컬 친구도 리허설 때보다 더 큰 성량으로 클라이맥스도 잘 넘겼고, 우리 팀은 오프닝곡을 잘 마쳐 분위기를 잘 달궈서 두 번째 팀에 바통을 건네줄 수 있었다. 너무 큰 호응을 받아 얼떨떨해 경황이 없었지만 정신 차리고 내려가서 다음 무대 준비를 했다. 나는 두 번째 곡 <위잉위잉>부터 일렉기타를 쓴다.
그럼 얼른 구석에서 일렉기타를 계속 연습했느냐? 아니다. 우리는 개인 일렉기타를 가진 사람이 극소수였어서 나머지는 합주실의 공용 일렉기타로 돌아가며 연습을 해왔고, 공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앞 순서가 끝나야 그 기타를 받을 수 있기에 그때까진 통기타로 대충 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대학생 공연에서 특유의 짠내가 풍기는 이유다.
그래도 곡 순서를 최대한 한 명이 잡으면 서너 곡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짜뒀기에 제한된 여건이지만 우린 나름 전략적으로 잘 헤쳐나갔던 것 같다. 내 앞 순서가 끝나고 곡 소개 멘트가 이어지는 동안 어둠 속에서 얼른 동기가 들고 있던 그 기타를 넘겨받아 스트랩 길이부터 연습했던 높이로 조절했다. 늘 느끼지만 일렉기타는 참 무겁다. 특히나 통기타를 들다가 이걸 들면 더욱.
부산스럽게 기타를 넘겨받아 버둥버둥 준비했지만 조명이 다시 켜지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기타를 들고 등 뒤에서 보내오는 드럼의 4박자 신호를 기다렸다가 <위잉위잉> 하면 생각나는 그 리프를 시작했다. 이 곡에서의 관건이라면, 손으로 퍼커시브 하게 연주하다 스트로크를 해야 했는데, 피크로 쳐야 더 깔끔하게 음이 전달될 것 같아 오랜 고민 끝에 중간에 피크를 잡기로 했다.
그래서 퍼커시브 리프를 이어가는 동안 내 옆 스피커 위에 올려둔 피크를 제때에 낚아채 2절을 깔끔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이 엄청 심했다. 다행히 피크도 잘 잡고, 박자도 잘 맞춰서 내 식은땀이 무색하게 관객들이 듣기엔 꽤 자연스러웠을 거다.
마지막에 다시 나오는 맨손 연주 구간은 걱정 없었다. 그냥 피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맨손으로 치면 되니까. 나중에 동기들에게 들었는데 피크를 바닥에 툭 던질 때 굉장히 간지가 났단다. 나는 쑥스럽게 웃으며 그냥 버린 거라며 겉멋을 의도한 건 아니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왕 던질 거 그냥 객석으로 던질 걸 그랬네. 쩝, 그게 진짜 간지였겠구만. (훗날 그 한을 푸는 날이 왔다고..)
그렇게 자기 혼자 정신 사나웠던 <위잉위잉>에 이어 <애정표현>도 신나게 끝냈고, 정기공연 곡들 중 가장 거칠었던 <Plug in Baby> 때는 1학기 때 그렇게 티격태격했던 그 긁는 주법을 시원하게 한 번 갈겼다. 나와 우리에게 그 곡은 단순한 노래 하나가 아닌, 지난여름 서로에게 냈던 상처를 완전히 아물게 하는 힐링(?) 송이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들어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하드한 곡이다.
드디어 일렉기타 무대 3개 모두 마치고 내려왔다. 내 마지막곡인 <Lost Stars>는 걱정 없었다. 너무 좋아하던 곡이라 기타를 처음 배우고 얼마 안 된 시점부터 꾸준히 한 번씩 연주해 오던 곡이었으니까. 다만 이 노래는 셋리스트 중 달아오른 분위기를 한 번 감성적으로 터닝시키기 위한 장치여서 다른 악기 없이 기타와 보컬로만 무대를 꾸리기로 했던 터라 시선이 집중될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러웠다.
보컬이 노래를 꽤 하는 친구라 이 놈만 믿고 난 살짝 뒤의 의자에 앉아 최대한 통기타의 여음(餘音)을 잘 살리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1절은 부드러운 보컬에 맞게 스트로크 소리를 60% 정도만 내고, 2절은 때 감정을 쏟아내는 보컬과 함께 볼륨을 키워 강하게 치고.. 관객들도 좌우로 손을 파도처럼 흔들며 떼창을 해줬다. 노래를 마무리하는 다운 스트로크를 하기 전엔 이걸 끝내기 싫어서 아주 살짝 망설였다.
누군가 그랬는데, 진짜 명곡은 악기 하나만으로 연주해도 듣기 좋은 곡이라고. <Lost Stars>는 충분히 그런 곡이더라. 가사도 뭔가 좌충우돌 길을 헤매던 우리 스무 살들의 이야기 같고.. 연습할 때는 느껴지지 않던 감정들이 무대 위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기타를 들고 관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내려오면서 생각해 봤다. 말로 명확하게 표현은 안 되지만 가슴속에서 마구 소용돌이치는 그 무언가. 아쉬움? 뿌듯함? 아니면 후회? 도저히 모르겠다. 공연을 좀 더 해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을까?
정기공연 뒤풀이.. 진짜 X지게 퍼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절대다수의 자제력을 잃은 과음의 원인은 아마 '긴장이 풀려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2차까진 어디로 가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났는데 3차와 4차를 정산하는 카톡방에 왜 내가.. 박살 난 머리로 골똘히 생각해 봐도 끊긴 필름은 복구되지 않았다. 거짓말 아닌가 싶었지만 그러기엔 찍힌 사진이 너무 많더라. 소리 없이 줄어드는 내 통장 잔고에 눈이 질끈 감긴다.
총무 친구에게 돈을 보내주고 단톡방을 위에서부터 읽어봤다. 그중 친구들이 찍어준 공연 사진들을 봤는데 다들 통나무마냥 뻣뻣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대학생 공연 특유의 고개 푹 숙이고 연주하느라 바쁜 모습이 있다. 이상하다.. 난 어젯밤 굉장히 즐겼던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얼어있지? 그래도 풋풋함이 있으니 됐다. 정적일수록 그 속은 요동친다는 뜻 아니겠나.
카톡 끝에는 약 30명인 전체 공연진의 단체사진이 있었다. 저마다 큰 부담을 이겨내고 공연을 끝내 후련한 미소가 가득했다. 앞사람에 가려 안 나왔나 싶어 이리저리 확대하다 겨우 내 얼굴을 찾았고, 빙구같이 웃고 있더라. 지난밤, 너무나도 멋졌던 동료들과 같은 무대에서, 같은 사진 속에, 같은 표정으로 한 컷. 살인적인 숙취에도 배시시 웃음이 났다.
마지막곡 <Lost Stars>의 가사에 자꾸 의미부여를 하게 됐다. 공연 2달 전만 해도 불화 속에 서로 말도 안 걸던 그야말로 '길 잃은 별들'이었는데, 그 밤만큼은 함께 어둠을 헤쳐 유영하며 뜨겁게 빛을 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20살, 앞으로도 칠흑 같은 어둠이더라도 마음껏 헤매고 발버둥 쳐보길.
통기타는 나를 21살로 데려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