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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17. 2024

다섯. 감탄사를 이용한 자기표현 에세이

감탄-사  - 양유승

하나고 마지막해 고3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고3들에게 '문법단위를 이용한 자기표현 에세이' 수행평가를 실시했었다. 이것은 내가 교사로서 진행한 마지막 과제였다. 이 과제를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아이들 졸업 선물로 배부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정리하면서, 이 책을 발견했다. 다시 읽으며, 제자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한다.


                   감탄-사

 

                              2016년 고3 하나고 5기 양유승


나는 감탄사이다. 아! 꽃이여! 뭐 이런 거 말이다. 나는 즉흥적이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를 하고 오늘 하루 할 일을 구상한다. 그런데 약간 남들과 다르기는 하다.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축구공을  찰 때 맨발로 찰 때와 축구화를 신고 찰 때의 느낌은 다르다. 맨발로 축구공을 차면 발이 시뻘개지면서 쓰라리다. 멀리 나가지도 못 한다. 반대로 축구화를 신으면 아프지도 않고 훨씬 멀리 나간다. 근데 나는 맨발로 차는 게 좋다. '내'가 찬 기분이다. 축구화가 아니라 '내'가 찬 기분이다. 내 몸 안의 모든 힘으로 넘치는 것들이 축구공을 저 멀리까지 띄웠다. 벌건 받은 공이 아직도 내 발 위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운이 남는다. 투박하고 솔직하다.


사람들은 되게 멋있어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근데 그런 사람들치고 멋있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생각이 많으니깐 "팡!"하고 터지지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나라고 막 멋있는 건 아니다. 마음이 잡히지가 않아서 머리까지 밀었는데도 아직도 생각이 많다. 그래도 나는 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안다. 아무리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이러쿵 저러쿵 궁시렁 대봐야 멋있는 사람은 손짓 하나만 해도 멋있고, 좋은 심상은 물 마시다가도 번뜩 떠오른다. 니체는 산책하다 호수 앞의 큰 돌을 보고 영원회귀 사상을 착상했다고 한다. 그런 순간을 매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아버지랑 통화를 했는데 마음이 뒤숭숭하다. 아버지는 내가 고3이 되어서 공부를 하니, 좋온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 거라고 안심하시는 것 같다. 흠. 나의 신념이 강해질수록 부모님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나고도 나비 날개가 담장 지붕을 넘어가듯이 떠나버리고 싶은데. 마음이 안 좋다. 씁쓸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유도를 그래서 참 좋아한다. 부모님의 기대가 느껴질 때마다 유도를 하러 간다. 대련을 할 때는 눈에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뒤에서 노트북을 보는 척하면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여고생 매니저나, 지는 게 무서워서 빽빽 소리만 질러대는 유도부원들이나 다 안 들리고 안 보인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상대를 넘겼을 때 그 기분. 문장 끝에 달아놓는 감탄사 하나.


매 순간 순간이 감탄사일 수가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다.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마츠오 바쇼가 말하기를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이렇게 살고는 싶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떠밀려 다니기는 싫다. 나를 구도자로 칭하는 건 아니다. 항상 무뎌지는 나를 보며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바닥 한 번 손바닥으로 세게 치고 일어난다. 한 번 더 살고 싶도록,"팡!"




유승이 -  나는 유도부 지도교사였다. 유도부에 열심히 참여하던 이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글에서부터 낭적이었던 이 녀석은 계속 낭만적인 을 실천한다. 서강대 인문학부에 입학하여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은 여름마다 양양에서 서핑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낭만적인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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