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춘기 방랑기 # 1.
7년 전, 사직서를 썼다

사십춘기 방랑기의 시작

by GTS

2017년 2월, 40세가 되어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3472349686291084313.jfif 마지막 고3 담임으로, 우리반 친구들을 졸업시키고, 2주 후에 학교를 사직했다. 감사하게도 학교에서는 이런 인간에게도 퇴임식을 열어주었다.

어쩌다보니, 12년을 교사로서 살았다. 교사로서의 생활은 내게 행복이었고, 또 아픔이었다. 행복과 고통의 총량을 비교하는 저울이 있을 수 없지만, 2015년 이후로 내게 있어서 고통의 총량이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야 말았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이 컸지만, 한계에 이르렀던 거 같다. 삶에 대한 회의, 사람에 대한 염증, 옳고 그름에 대한 무너짐, 지난 실수에 대한 한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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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재직하는 동안 지도했던 동아리 '서로'에서 감사패, 학교에서 감사패를 제작해주었다.

7년 전, 사십세가 된 나는 그렇게 사직서를 썼다. 하나고등학교라는 나름 안정적이며 괜찮은 직장을 그만 두는 결정에 가족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지인들이 우려를 보냈다. 그러나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했든가. 40살까지 결혼을 못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법 모범적인 루트로 살아 왔던 나라는 인간은 40세에 뒤늦은 사춘기를 맞이 했고, 평생에 나눠서 부려야할 지랄을 그 한 시기에 전부 써 버리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실업자가 되었다. 오랫동안 선생님이라고 불리다보니,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주는 안정감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있었나보다. 3월이 되어 새학기가 시작하였는데, 어느 곳에 소속되지 않은 채로, 집에서 머물러있던 순간 순간은 생각보다 막막했고,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335099445207576.jfif 하나고 5기, 1학년 8반 담임을 했을 때... 하나고는 내게 선생으로서의 보람을 선물해주었다.
KakaoTalk_20240318_095514040_01.jpg 아이들과 더불어 지냈는데, 감사하게도 학교는 이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7년이 지나, 지난 일기장을 다시 끄집어 내서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은, 나름의 기대감 때문이다. 어느새 47세, 조금은 삶에 대한 무료함과 무의미함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40세 때처럼 다시 사직서를 쓸 수는 없다. 나는 이제 남편이자, 아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가장 무서웠으며, 가장 용기 있던 그 시절의 기록들을 다시 읽고 정리하며, 그 때의 시간 속으로 잠시 들어가보고자 한다.

2017년 2월, 40세가 되어 실업자가 된 후, 40년 인생 최대의 사치를 계획했다. 200여일 간의 세계일주. INFP답게, 200여일 후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과 꼭 해야하는 몇가지 이벤트(이 이벤트가 무엇인지는 차차 이야기하게 되리라)를 중심으로 여정을 조정하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출발일자는 3월 10일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200여일의 여행을 '사십춘기 방랑기' 정도로 이름을 정하고자 한다. 첫 국가는 '러시아' 첫 장소는 '블라디보스톡'이었다.


세계를 떠돌아 다녀보리라. 어떤 미래가 있을지 궁금핟.


2017년 3월 10일. 나의 세계일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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