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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춘기 방랑기 # 5. 아크로폴리스가 멋진 아테네

3th 국가: 그리스 4th 장소: 아테네(2017.3.27-.3.29)

by GTS

현재까지의 여정

한국 →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베리아 횡단 열차) → 러시아 모스크바 → 우크라이나 키이우 → 그리스 아테네


사십춘기 방랑기 D+18일(2017.3.27) 아테네 첫째날


이른 새벽에 짐을 챙겨서 보리스필 공항으로 나섰다. 보리스필 공항은 입국할때 이용했던 쥴라니 공항에 비해서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위탁수화물이 포함되지 않은 항공권이어서 오버 차지를 내야했다. 비행기표가 7만5천원인데, 짐값으로 7만원을 더 냈다. 아. 이제부턴 비행기표가 싸다고 덜컥 구입하지 않으리라.


창가쪽 자리여서,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리스까지 2개의 바다를 지났다 . 흑해와 지중해! 왜 흑해라고 하는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알 듯 했다. 바다물도 그렇고, 육지도 그렇고 검은빛이 강했다. 그렇게 바다를 지나다가... 육지를 만났고, 육지의 빛깔이 조금 더 밝아지는 듯 하더니, 다시 나타난 바다는 에메랄드빛이었다. 보기만 해도 봄이 오는 거 같았다. 이윽고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3일간 아테네 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티켓을 구입하고 숙소를 찾아가던 중,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이다가 버스정거장에 서있던 남자에게 길을 물었는데, 이 친구가 너무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이름도 묻고, 출신지역도 묻고, 이메일도 교환하다보니...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되었다. 알렉스라는 이름의 이 친구는 진짜 잘생겼다.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나를 간단히 오징어로 만들었다. 알렉스는 알바니아 사람으로, 그리스에서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내 다음 여행지가 알바니아 티라나라고 하니, 좋아하면서 내 여행을 응원해줬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그리스에서 길을 물어본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소빌, 니키타, 알렉스 모두 그러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남자였다. 남자들하고는 충분히 친해졌으니, 이제 여자를 좀 만나보자.




내가 머무는 숙소는 하루밤에 10유로인 그리스에서는 제법 싼 도모토리룸이다. 숙소 위치도 마음에 들고, 분위기도 운치가 있어서 하룻밤을 자기 전까지는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그런데, 지난 밤동안 추위로 고생했다. 난방을 빵빵하게 해주던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숙소와는 달리, 이곳 숙소에서는 난방이 전혀 없었다. 아침에 잠이 깨었는데도, 몸에 서린 냉기 때문에 힘들었다. 거기다가 뜨거운 물도 안나왔다. 하... 0.5유로를 내면, 8분간 뜨거운 물을 틀어주기는 한다.


그렇게 11시가 되어서 숙소를 나섰다. 아네테에서는 큰 계획 없이 자유롭게 조르바처럼 움직이고 싶었다. 그래서 지도를 끄고.. 아무 버스를 올라탔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가다보니 갑자기, 바다가 보였다. 아, 바다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서 해변가로 갔다. 바닷물은 엄청나게 맑았다. 해변길을 따라 걸을 수 있어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엄청난 수의 요트가 나왔다. 그리스 경제가 어렵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말도 못하게 호화로운 요트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렇게 해변길을 따라 걷다가, 전망이 좋은 벤치에 앉았다. 배고파서 빵과 우유를 사서 벤치에서 먹었다. 지난밤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추웠다. 그래서 잠깐 햇볕을 쬔다는 게 벤치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한 2시간 정도 잠들었던 거 같다. 시끄러운 새로에 눈을 떴더니... 내가 먹다 흐리고 남긴 빵부스러기들을 먹기 위해 엄청난 수의 비둘기가 몰려와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 수컷비둘기들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고 있었다. 먹이가 바로 근처에 있는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 암컷 주위에서만 서성이며 구애하는 수컷 비둘기.. 그 모습을 한참을 구경했다. 구애는 저렇게 온힘을 다해야 하는구나. 비둘기에게 배웠다.




사십춘기 방랑기 D+20일(2017.3.29) 아테네 셋째날

오늘은 아테네 숙소에서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했다. 그간 못들러본 아크로 폴리스를 산토리니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둘러봐야해서, 마음이 분주했다. 숙소에 짐을 맡겨놓고, 아크로폴리스역으로 향했다. 역에 내려서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은 너무 멋졌다. 그냥 언덕길임에도 불구하고, 길 주위에 있는 건물들과 상점들까지 너무 좋았다. 날씨도 좋고, 만족스런 기분으로 매표소에 도달했다. 10유로를 지불하고 입장료를 끊은 후, 바로 입장하지 않고, 앞에 있는 언덕바위에 올라갔다. 아, 아테네 시내가 한번에 내려다 보였다. 탁트인 정경에..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은 평점 5개가 부여되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데... 사방에서 커플들이 키스를 한다. 멋진 광경을 보게 되면.. 키스를 하고 싶은가보다. 다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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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에 올랐다. 사전 공부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었기에, 어떤 건물이 무엇을 뜻하지는 몰랐다. 가장 메인건물(알고보니 파르테논 신전)은 대대적인 보수 공사 중이었으나, 그 모습 조차도 정겨웠다. 언덕위에 서면 안테네 시내가 전부 보였다. 그 상쾌함이란... 암... 이래야 그리스지.^^

왜 정치 및 신앙의 중심지인 아크로 폴리스를 언덕위에 세웠을까. 이 언덕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회의하고 제사지낼 때마다 이 언덕을 올라야 되었다면, 제법 고생했을 거 같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예배나 정치같은 것은 이렇게 불편을 감수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언덕을 올라오는 과정에서, 즉각적인 감정은 잦아들고, 안테네를 내려다보며, 아테네를 위한 길을 고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밤비행기로 산토리니로 간다. 산토리니에 밤11시 30분에 도착하는데, 숙소비 아끼려고 새벽까지 버텨볼 생각이다. 아.. 공항이 문닫으면 안되는데... 뭐 어찌든 되겠지..




안테네에서 산토리니까지는 가까웠지만, 출발이 지연되면서, 산토리니 공항에 12시 30분에 도착했다. 당연히 새벽이 될 때까지 공항에서 노숙을 하면서 버티다가 아침에 속소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아주 작은 산토리니 공항은 마지막 비행기가 도착한 이후에는 공항 문을 닫아버린다. 졸지에 비박을 하게 되었다.. 적당한 벤치도 있으니, 이렇게 자보자. 다소 쌀쌀하긴 하지만, 아무도 없으니.. 오히려 안전한 느낌이다. 잠을 청해본다. 날이 밝으면 숙소로 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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