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베리아 횡단 열차) → 러시아 모스크바 → 우크라이나 키이우 → 그리스 아테네 → 그리스 산토리니
사십춘기 방랑기 D+21일(2017.3.29) 산토리니 첫째날
산토리니 공항에서 새벽 1시에 쫓겨나서 비박을 하다가 새벽에 내린 비로 추위에 떨다가, 추위를 이길 겸 숙소가 있는 피라(FIRA)로 걷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었는데,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다시 큰비가 내렸다. 쏟아질 듯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산토리니가 노했네.' 사실 산토리니를 찾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예전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보면서, 신혼 여행으로 여길 찾아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는 내가 40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했었다. 내리는 빗줄기가 더 거세지자,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제가 감히 불경스럽게도 남자 혼자서 산토리니를 찾아 았습니다. 신혼여행지 답사로 왔으니, 용서해주이소." 근처의 카페로 피해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들어와서 보니 이름이 '조토스'다. 이름 참~~~ ㅋㅋㅋ
한참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성수기가 아니다보니, 산토리니의 숙박비가 생각보다 저렴했다. 1박에 25유로. 침대에 몸을 누이니, 움직이기가 싫어졌다. 마침 비도 오니,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으며,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 먹었고, 실상 그렇게 보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새벽이 되었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좋을듯 하다.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섬을 돌아볼 계획이다.
사십춘기 방랑기 D+22일(2017.3.31) 산토리니 둘째날
아침에 바이크를 빌렸다. 개인적으로는 큰 오토바이를 원했는데, 그런 건 없다고 해서.. 그냥 스쿠터로 대여했다. 26시간에 25유로. 여행지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국제면허증을 보여줬더니 깜짝 놀란다. 이거면 모든 종류의 탈거리를 다 몰 수 있는거라고. 그래서 나는 버스와 트레일러도 몰 줄안다고 으쓱거렸다. 그렇게 스쿠터를 빌렸는데... 이 선택은 탁월했다.
처음에는 포카리스웨트 광고처럼 자전거를 타려고 했었는데, 그랬으면 힘들어 죽었을거다. 산토리니는 생각보다 오르막길이 많다. 기아변속이 필요없는 스쿠터는 너무 편했다. 골목길이 많다보니, 확실히 차보다는 스쿠터가 좋다. 날씨는 불행히도 흐렸다. 그 새파란 바다색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토리는 감탄사의 연발이었다. 하얗고, 분홍분홍하며, 간혹 파랗고 빨간 그 이국적인 건물들이 만들어되는 풍경은 놀라웠다. 들판에는 들꽃이 피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소를 방목하고 있었다. 참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초승달처럼 생긴 섬을 일주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산토리니는 제법 큰 섬이다. 또한 섬의 중앙부 쪽의 지대가 높아서 정상쪽으로 가면, 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십춘기 방랑기 D+23일(2017.4.1) 산토리니 셋째날
오늘은 산토리니를 떠나는 날이다. 엄밀히 말하면, 새벽 12시 35분에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오늘밤은 아테네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산티로니 공항처럼 야간에 문을 닫지는 않을테니, 그거면 충분하다. 오늘밤에는 공항에서 영화를 실컷 보도록 하자. 스쿠터 대여 시간을 저녁 7시까지로 연장하고, 내 숙소 저 너머에 있는 OIA로 향했다.
출처: www.greeka.com
OIA로 가는 길은 쉬지는 않다. 내 숙소가 있는 피라(FIRA)에서 반대편 봉우리에 있기 때문이다. 스쿠터를 타고 간다면, 한 20분 정도 절벽을 타고 돌아야 되는데 속도만 내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제법 즐겁다. 그렇게 OIA에 도착하면, 절벽쪽으로 난 메인 거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OIA 거리를 걷다보면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장면이 적어도 3번 이상 나온다. 여기는 산토리니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그 영상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란색 바다와 하얀집... 그리고 절벽... 이 조화가 처음 보는 순간...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나는 막눈이고 막입이며, 막귀이다. 아무리 멋진 관광지에 가도 잘 감탄하지도 않고, 멋진 그림을 봐도, 좋은 음악을 들어도 그다지 감흥이 없다. 거기에다가 음식맛도 잘 몰라서, 그냥, 콜라만 있으면 어디든 된다. 이런 상태로 여행을 하다보니, 유명한 관광지는 잘 안가는 편이다. 그런데, 산토리니는 진심으로 미쳤다. 우와 하는 감탄사가 섬 곳곳에 갈 때마다 나온다. 나중에 아내와 산토리니를 다시 온 적이 있다. 그때는 7월 성수기였고, 숙소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으며, 날씨가 너무도 뜨거웠다. 이건 정말 중요한 정보인데, 산토리니는 4월말에서 5월 사이로 오는 것이 제격이다. 숙소 비용도 적당하고, 날씨도 최고일 것이다.
아주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SKYZA CAFE".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산토리니의 어마무시한 해변을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음료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싸다. 그러니 여기서 꼭 그리스식 아이스커피(3글자인데... 이름을 까먹었다.)를 먹고, 연인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 권한다. 혼자 왔을 때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창밖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도 괜찮다. 나는 다음 일정을 고민했다.
확정 사항: 아래 일정을 고정값으로 하여, 순간순간의 상황에 맞춰 가능한 일정을 정하도록 하자.
1. 4월 11일에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는 하나고 제자들을 만나서 부활절 휴강 기간 동안 함께 보내기로 했다. 독일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4월 11일까지 독일 프랑크프르트로 가야한다.
2. 평생의 친구인 세민이가 4월 15일에 결혼을 하고, 4월 17일에 신혼여행을 베니스로 온다. 그러니 4월 17일에 베니스에서 잠깐 만날 수 있도록 한다.
3. 4월 28일에 사하라 마라톤이 이집트가 아니라 나미비아에서 열린다. 사하라 마라톤 참가 신청을 했고, 비용까지 납부했다. 그러니 4월 28일 전까지 나미비아로 이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