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톡(베리아 횡단 열차) → 러시아 모스크바 → 우크라이나 키이우 → 그리스 아테네 →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 포드코리차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사십춘기 방랑기 D+24일(2017.4.2) 고린도 첫째날
산토리니 출발한 비행기는 새벽 1시가 넘어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안은 매우 따뜻했고, 잘 곳이 많았다. 잠자리를 가리지 않는 축복을 타고 났기에, 적당한 곳을 발견하여, 아침 8시까지 충분히 수면을 취했다. 아침이 되어 시내로 나와, 알바니아행 버스를 타기 위해 사설 관광업체를 찾았더니, 출발시간이 저녁 6시고,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까지 대략 14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버스표를 예약하고 나니, 시간이 남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테네 인근에 갈곳이 있는지 찾았다. 테살로니키와 코린도스가 가능했는데, 저녁 6시까지 돌아오기에는 데살로니키는 버거웠다. 그래서 코린도스를 선택했다.
코린토스는 "사랑은 오래참고, 사랑은 온유하며..."로 유명한 고린도전서 13장의 그 고린도다. 다시 아테네 공항으로 이동하여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코린토스 기차를 탔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코린토스역에 내린 후, 시내를 향해 무작정 걷다가, 해변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해변은 내가 그동안 봤던 그 어느 바다보다 맑았다. 발리보다 산토리니 보다 훨씬 더 맑았다. 그 해변 앞에 커피숍이 있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와플과 플라페(그리스식 냉커피)를 시켰는데... 따뜻한 햇살하며... 풍경하며... 맛하며..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다. 정말 엄청난 해변이다. 사진으로 그 활력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리도전서 13장을 읽는다. 너무도 낭만적이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고린도인들에게 편지를 썼을 때는 그렇게 낭만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예로부터 항구도시에는 매춘이 성행했다. 고린도는 당시 그리스에서 매춘으로 가장 유명했던 곳이었다. 고린도전서 13장은 매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향한 사도 바울의 도전이다. 너희의 육체적인 만남이, 그 격렬한 어울림이, 서로를 향한 뜨거움이, 진정한 사랑으로 느껴지는가. 그래서 너희 행복하니? 이게 진짜 사랑이야.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과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고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보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카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코린도스역으로 돌아오는 길.. 손을 꼭잡고 길을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부러워 한참을 뒤에서 따라 걸었다. 5시에 아테네에 도착해서, 알바니아행 버스에 탑승했다. 이제 알바니아로 가자.
저녁 6시에 출발한 버스는 새벽에 국경을 지나면서 여권 확인도 하고, 아침 8시 5분에 알바니아 수도인 티라나에 도착했다. 인터넷도 안되고, 현지돈 환전도 안한 상태에서, 몬테네그로의 수도인 포드고리차로 가야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포드고리차"라고 말하니, 나를 이끌고 표끊는 곳까지 안내해준다. 버스는 8시 30분에 출발한다고 서두르라고 했다. 티라나에서 3~4시간 정도 둘러볼 시간이 있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남은 시간이 채 15분 정도 밖에 없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급히 근처 카페에서 "라테"를 한잔 시켰다. 동양인이 생소한지 서빙을 보던 친구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왜 남자들만 사진을 찍자고 하는 걸까? 다시 버스를 탔다. 가격이 싼 만큼, 승차감이 좋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알바니아의 풍경은 이국스럽다. 잘사는 친구들을 둔 가난한 집안의 아이의 기분이랄까. 유럽에 속하였지만, 경제 발전이 더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오후 2시에 국경을 넘어 몬테네그로에 도착했다. 하루 사이에 2개의 국경을 지났고, 버스를 20시간 탔다. 멀미가 난다.
포드고리차에서 도착해서 안도했건만, 내가 예약한 숙소는 포드고리차 인근으로 추정되는 '바르'라는 항구도시에 있었다. 서울 숙소인줄 알고 예약했더니, 파주나 연천에 숙소가 있는 셈이었다. '바르'를 물어물어서 '로컬버스'를 잡아탔다. 1시간 정도가 걸려서 '바르'에 도착했다.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은 이 시골 동네에 동양인은 의외인가보다. 온통 사람들이 쳐다본다. 한 남자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해 온다. 체크인을 하고 보니, 숙소가 제법 좋았으나, 목욕하고 곧장 기절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다. 뭔가 아쉬움... 몬테네그로에 잠만 자러왔구나.
그렇게 창밖을 내다보는데, 그 풍경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유명 관광지도 아닌, 몬테네그로 '바르'라는 곳에 온 것은 순전히 예약 실수 때문이었다. 그 변수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셈이다. 실수를 중간에 알아챘지만, 바로 잡지 않고, 그냥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피사의 사탑은 건축 중에 한쪽 지반이 무너져 내렸지만, 변수를 수용하여, 건물 자체를 기울어지게 건축하여 명물이 되었다. 이제 내 삶에 발생한 변수들에 대해서 수용하고, 감사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사십춘기 방랑기 D+26일(2017.4.4) 두브로브니크 첫째날 -발칸 종주 2일차
그간 여행들은 그래도 한 도시에서 며칠씩은 있는 여정이었기에, 쉼도 있고 주변을 구경하는 여유가 있었지만, 산토리니를 나와서 이어지는 4월의 일정들은 쉴틈없는 이동이다. 숙소는 말 그대로 자는 곳 이상의 의미가 없었으며, 짐을 풀렀다가 짐을 다시 싸는 생활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하루만에 짐을 풀렀다가 다시 싸는 과정이 귀찮아서, 짐을 줄여야 되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처음 여행을 출발했을 때는 없으면 불편할거 같아서, 이것 저것 챙겼는데.. 여행 일정이 길어지다 보니, 그렇게 챙겨온 것들 중에서 상당수가 그냥 짐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여러개의 짐꾸러미를 들고, 두브로브니크행 버스를 탔다. 만약 몬테네그로에서 크로아티아 방향으로 버스를 탄다면, 무조건 왼편에 앉아야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3시간 동안 내내 버스가 달리는데, 절벽과 함께 어울어진 풍경이 일품이고, 스릴도 있다. 이것 자체를 관광산업으로 해도 될 거 같다.
또 다시 국경을 지나며, 여권 검사를 했다.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은 매번 신기하다. 국경에서 두브로브니크는 멀지 않았다. 파란색과 흰색이라는 산토리니와는 달리 절벽 사이로 보이는 빨간색 지붕의 성채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숙소가 정류장에서 멀었다. 택시 타고 갈려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비싸니까, 버스타라고 한다. 버스 기사에게 숙소 주소를 보여주고, 도와달라고 했더니, "므리니"라는 곳에서 내려준다. 그 때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지도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곤함과 당황스러움에 멘탈이 털릴 때 쯔음, 근처를 지나던 파바로티 덩치의 남자를 봤다. 도와 달라고 했더니, 이 남자 숙소에 전화하고, 숙소에서 차량이 올 때까지 20분을 같이 기다려줬다. 그의 이름 "토니" 아... 진짜 친절했다. 아... 또 남자인가.
사십춘기 방랑기 D+27일(2017.4.5) 두브로브니크 둘째날 -발칸 종주 3일차
아침이 되어 숙소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두브로부티크 메인스트리트로 향한다. 이 먼길을 어제 어떻게 찾아올 생각을 했는지, 그래도 용쾌 숙소까지 찾아온 것이 용하다. 어제 토니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주 많이 고생했을 것이 분명하다. 절벽 사이를 달려 두브로브니크 시내로 들어온다.
두브로브니크가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듯하다. 성벽에 오르기 전까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산토니리를 얼마전 보고 올라왔기 때문인지, 아직은 쌀쌀한 두브로브니크가 그다지 따뜻한 느낌이 아니었고, 빨간 지붕도 파랗고 하얀색의 산토리니보다 쓸쓸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일단 올드 시티의 성벽 안에 들어서자, 일단 급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놀라운 것은 성안에서그냥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점이다. 성 안에는 차가 한대도 없었고, 사람들은 다소 불편을 감소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생활을 하는 건데,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질라또를 하나 사서, 성 안을 돌아다니다가 성벽 투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입장료가 150쿠나(18,000원)로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안 보면 후회할 거 같아서 성벽 투어에 참여했다.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바로 옆에 바다가 보이고, 성내부의 지붕색들도 예쁘고 해서 걷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국기를 닮은 빨간색 지붕들이 온 세상에 펼쳐져 있다. 다만, 놀라운 것은 한국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는 점이다. 그냥 유명한 곳에 단체로 몰려왔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일본 사람인척 '스미마셍'이라고 하며 돌아다녔다.
내일은 좀 서둘러서 집을 나서야 한다. '플리트비체'에 가야하는데, 제법 멀다. 10시간 이상은 버스를 타야 할 듯 싶다. 체크아웃을 새벽 6시에는 해야, 메인스트리트에 가서 7시 30분 차를 탈 수 있을 거 같다. 당분간은 강행군 일정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