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요, 내 아픔이 당신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워요
안녕, 당신
오늘은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의 지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당신에게 공황에 관한 편지들을 보내기로 결심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안으로는 공황의 공포에 잠식되어 있을 때,
밖으로는 주변에 걱정을 끼쳐 미안함과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이 늘 공존했거든요.
공황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반기에는 나는 내 안의 힘으로 그것을 다루려기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지했습니다.
이를테면, 엄마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것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질 때가 있었는데,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 덕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3-4년이 흐를 무렵에는 외부의 힘의 한계를 깨달았습니다. 그 대신 보상을 바랐습니다.
결국 나 스스로 이 끔찍한 공황을 겪어내야 하는데, 왜 내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혹은
왜 내 아픔이 별일 아닌 것처럼 굴지? 하는 마음이 불쑥 생겼습니다.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 공황에 대한 방어전략으로 나의 소중한 지인에게 분노를 전가한 것입니다.
‘당신이 1초라도 이 공포를 겪어보았으면 좋겠어.’ 하는 나쁜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겼지요.
시간이 조금 더 흘렀을 때야, 비로소 내부와 외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공황을 다룰 줄 아는 지혜도 생기고, 내 옆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와 미안함도 느꼈어요.
이 모든 단계를 겪고 나서야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황’이란 주제로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 너를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네가 힘들어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답답해.
나 : 공황이 왔을 때 당신이 나에게 약 먹어, 금방 지나가, 끝나는 일이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꼭 ‘그건 별 것 아니야’라고 하는 것 같아 속상했어.
금방 지나가고, 금방 끝나고, 죽지 않더라도 나는 죽을 만큼 두려워.
그 : 그런 뜻이 아니었어. 정말로 지나가는 일이니까 그걸 기억해서 네 마음이 편해지길 바랐던 거야.
나 : 알아, 하지만 그건 그냥 가벼운 말처럼 들렸어.
그 : 솔직히 어떻게 해줘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알려준다면 최선을 다해볼게.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의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리뭉실하게 도움을 청하는 것보다 확실히 원하는 바를 일러주는 편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었지요.
문제는 내가 외부의 힘으로부터 원하는 게 무엇인가였어요. 마법이라도 부려서 공황을 없애주길 바랐던 걸까요?
정작 나조차도 그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랐는지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공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를 범주화해보았습니다.
1. 내 몸에 집중( 나의 몸의 각 기관이 건강히 움직이고 있음에 집중, 특히 호흡)
2. 다른 것에 관심
3. 안정된 느낌(안전하다는 느낌)
이를 통해 나는 <이렇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그 예시입니다.
1. 몸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방법
- 호흡을 해봐, 3초 들이쉬고 5초 멈추고 8초 내쉬어. 10번 같이 해볼까?/ 빠르게 뛰던 심장이 호흡을 하니까 점점 느려지고 있어. 어때?
- 발가락에 힘을 줘 봐, 무릎, 허벅지, 엉덩이, 배, 가슴, 어깨 차례대로 힘을 주었다가 빼면서 올라와./ 그 반대 방향으로 해보자.
-눈알을 좌우로 20번씩 굴려 봐.
2. 다른 것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법
- 지금 눈에 보이는 물건을 무지개 색깔 순서대로 말해볼래? / 저기 보이는 인형이 몇 개야? / 우리 오늘 뭐 하기로 했지? 등등 직관적이고 쉬운 질문을 연속으로 10개 이상.
3. 안정된 느낌을 주는 방법
- 내 손 잡아, 손 주물러줄게. 안아줄까? 등의 스킨십
- 많이 힘들면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 구급차 불러줄게.
이 방법을 함께 생각하고 나눈 뒤로,
나는 내적으로 호흡과 명상, 필요에 따라서는 약을 먹거나 지인에게 도움을 직접 요청하며 공황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다스렸습니다.
부디 당신에게도 이런 방법들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 주, 무척이나 추웠던 날씨였습니다. 따뜻함이 오기 전엔 반드시 추위가 있는 법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처럼요.
마음이 외롭고, 추워서 견딜 수 없다고 느껴질 때면, 이제 머지않아 따뜻함이 도착하리라는 예고임을 잊지 말아요, 우리.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