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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Feb 01. 2024

섬과 환대

관계에 대한 정의

 어떤 시인의 말처럼 섬에 가고 싶었습니다. 해양을 누비며 모든 섬에 닻을 내리고야 말겠다는 어린 날의 욕심이 기억납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정현종


  가까이 있어도 쉽게 닿을 수 없는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섬’에서 비로소 관계를 맺습니다.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까지 나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섬에 가는 법, 궁극적으로는 섬에서 환대가 있어야 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깨달음의 여정을 크게 세 종류의 관계를 통해 얻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관계의 중심에 있던 가족의 품에서 세상 밖으로 갓 나온 나는, 본능적으로 가족 이외에 다른 이와 연결되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은 바람은 관계의 우위를 타인에게 두도록 하였습니다. 그것은 결국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거짓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이의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페르소나가 역설적이게도 그토록 갈망했던 이와의 관계를 망쳐버린 후 얻은 깨달음은, 누군가와 진실한 관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와의 관계를 먼저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나인 것을 알 때, 비로소 바로 선 나로 타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섬은 준비가 된 사람만이 닻을 내리도록 허락합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관계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그것은 그 어떤 관계보다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결혼의 가치를 ‘함께’에 두었습니다. 물리적, 정신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있음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배우자와 결혼이라는 관계를 통해 외로움과 불안함을, 이따금씩 찾아오는 고난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관계란 절대로 소유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얻은 순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나를 외롭게 만드는 그를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자비는 늘 그러하듯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존재의 본질인 고독, 우리는 그 고독을 통해 내면으로 잠잠히 침잠하여 스스로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내면의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고독, 그것은 결국 연결을 위한 단절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존재해야만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겠지요.

   더 이상 새로울 관계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즈음, 열 달을 품어 낸 작고 소중한 새 생명은 내 모든 것을 내주어도 더 주지 못해 애틋한 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기와의 관계에서 나는, 타인과 섬 위에 존재(being)하고 있는 순간, 그것이 단순한 ‘만남’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환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환대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겸손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  정현종


 

   삶과 또 다른 삶이 섬에서 만나 부딪히고 의지하고 마침내 적당히 뒤섞여 서로가 서로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될 때, 그 모든 순간을 축하하고 귀하게 여김으로써 비로소 관계가 완성됩니다.  스쳐가는 작은 인연이라도 우리가 서로를 환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음을 되돌아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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