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약돌 Mar 24. 2024

6화. 신의 대리자

5. The Hierophant

  이 대리자를 세우셨다면, 그의 합당한 ‘임무’는 무엇일까요?

  언뜻 생각해 보아도 신의 뜻을 세상에 전하는 일을 해야겠지요. 그것이 대리자의 일이니까요. 그러므로 훌륭한 신의 대리자는 자신의 생각과 주관이 아니라 신의 생각과 뜻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 일 겁니다.

  그러나 질서와 체계가 세워지지 않은 시대에서는 그의 말이 곧 신의 뜻이 되었을 것이고 정치, 사법, 종교가 모두 신의 대리자의 권한이었을 것입니다. 단편적인 예로, 우리 건국 신화 단군왕검만 보아도 그렇지요. 단군왕검은 제사장과 왕이라는 뜻을 모두 합친 최고 권력자를 뜻했으니 말입니다.

  혼란이 가득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한 ‘신의 대리자’를 열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우리를 다만 악에서 구할 그런 인물 말이지요. 혹자는 그러한 인물을 선거를 통해 기대하고, 또 혹자는 자신의 종교에 기대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흐름에 대한 책임을 그들이 짊어지길 바랍니다.

단군왕검. 1,500년 동안 40여 명의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오늘의 카드는 5번 ‘교황’입니다. 5는 4라는 완성의 수에 새로운 1이 더해진 것으로 혼란, 갈등, 불균형의 수라고도 봅니다.

  가장 도덕적인 인간의 모범이어야 할 교황카드가 5라는 불균형의 숫자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황카드를 나타내는 명칭은 ‘Hierophant'로, 그 뜻은 종교상 교리의 해설자, 대변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자면, 실제 가톨릭교의 최고 성직자인 교황 ’Pope'와는 다르지요. 앞서 서두에 말씀드린 ‘신의 대리자’입니다.

신의 대리자는 그의 자리에 걸맞은 질서, 체계, 신뢰, 섭리, 정신적 스승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반면, 그도 인간이기에 결국 욕망, 교활함, 부도덕함, 원칙주의와 같은 다른 면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이 카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도덕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열망이지요.


  그렇다면 신은 ‘대리자’로 어떤 사람을 선택하셨을까요?

  오늘 카드에서 읽은 삶의 지혜는 ’ 자기 자신의 신의 대리자로 삼는 삶‘입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이란 종교가 있는 분께는 그 종교의 신이 될 것이고, 종교가 없는 분께는 삶의 이상향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대리자로 사는 삶은 내면에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양심과 도덕에 따라 행동하며 선을 베푸는 일입니다. 또 모든 선택과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그 속에서 겸허하게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겠지요.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대리자가 없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면, 이제 당신이 신의 대리자, 삶의 이상향을 추구할 때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속의 도덕적 목소리에 대해 정의 내린 칸트는 특정한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도적적 명령을 ‘정언 명령’이라고 명명하고, 그 명령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따르는 정언명법을 주장했습니다. 칸트가 말한 정언 명령의 원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보편타당하고 윤리적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 그것은 신의 목소리를 따르는 대리자의 일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교황 : 정신적 스승, 질서, 섭리, 삶의 숭고한 비밀 / (역) 부도덕, 허영, 거짓말, 욕망, 원칙주의



이전 05화 5화. 왕관의 무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