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아침 일어나서 일찍 학교에 오는 일은 나의 작은 즐거움 중 하나다. 고단한 일터 뭐 그리 즐겁겠냐마는, 아침의 조금 소란스럽지만 싱그러운 느낌을 사랑한다. 이를테면 아직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은 상쾌한 공기와 갓 맺힌 이슬의 냄새, 특히 바지런한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일터를 향하는 얼굴 -벌써 무언가를 시작한 또는 이제 마무리 짓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삶의 고단함을 넘어서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일찍 준비를 마치고 세상 속에 들어갈 때면 나도 마치 그런 표정일까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하는 일은 없지만, 그냥 하루를 조금 더 먼저 만난 것이 이유 없이 뿌듯하다.
반가운 아침의 향기와 함께 여유로운 교실에 앉아있어도 막상 컴퓨터를 마주하면 소중한 시간을 '빨리 처리해야 할 일들'로 써버리기 십상이다. 미리 다 해놓고 오후에 여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어쩌면 할 일이 쌓여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내 성격 탓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에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시는 것. 창문을 열고 커피와 함께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두어개 먹을 때면 소소한 행복이 밀려온다. 한 번은 컴퓨터 옆에 자리 잡은 스투키에 눈길을 주고, 주인을 기다리는 낮은 높이의 책상들에도 눈길을 주고 나면 마음속에 뜨거운 기운이 가득 찬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봐야지.
늦잠을 잔 날 보다 딱 두 배만큼의 여유를 느끼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무지 졸리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모름지기 피곤한 법이다. 싱그러웠던 마음도 잠시. 꾸벅꾸벅 졸음이 온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또 좋다. '내 몸도 쉬지 않고 열심히 깨어 있었구나' 하고 기쁘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