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린다 - 아름다웠던 그때, 그리고 지금

바키미미의 영화리뷰 #5

by 바키미미

바다가 들린다 (1993)

감독: 모치즈키 토모미

목소리 출연: 토비타 노부오, 사카모토 요코 등


지브리의 1993년도 애니메이션 ‘바다가 들린다’는 마치 일본의 가정식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얼핏 간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담백한 음식이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죠. 자극적이고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입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바다가 들린다’는 현실적인 소재와 플롯, 그리고 연출을 통해 담백하지만 산뜻한 맛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바다가 들린다’를 함께 살펴봅시다.

셀 애니메이션의 향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본격적인 작품 얘기에 앞서 셀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군요. 셀 애니메이션은 셀이라 불리는 투명판 위에 그린 여러 장의 그림을 카메라로 촬영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 그것을 잇는 것이죠. 1990년대까지 셀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본적 기법이었습니다. 특히 90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엄청난 양의 원화를 투입해 작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아키라’ 같은 걸작들이 대표적이겠죠. 하지만 말 그대로 엄청난 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던 셀 애니메이션, 특히 아날로그 촬영기법의 셀 애니메이션은 점차로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디지털 기법이 대체했고, 더 나아가 3D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열렸죠.


요즘은 2D 애니메이션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배경 등에는 3D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렇듯 정석적 의미의 셀 애니메이션은 사라져 버렸죠. 저는 때때로 이것이 매우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게임으로 치면 도트 그래픽이 그리운 것처럼 말이에요. 도트나 아날로그 셀 애니메이션이나, 그것이 주는 따뜻한 색채와 질감을 저는 매우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본 아날로그 셀 애니메이션 ‘바다가 들린다’는 화면 촬영, 그리고 색채 등에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도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이 시기에 특히 더 느껴지는 게 많더군요.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한 얘기는 이후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작품 얘기를 해보죠.


사진첩을 들춰보다 – 과거의 이야기


이야기는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타쿠가 전철역에서 어떤 여자를 보면서 시작합니다. 타쿠는 원래 알았던 사람인 듯 유심히 보지만 이내 전철이 도착하고 여자의 모습은 사라져 있죠. 그리고 타쿠의 자취방, 타쿠는 동창회 안내문을 손에 들고, 이때 어떤 여자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고, 이내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비행기에 올라 고향, 고치현을 향해 가고 과거를 회상하죠. 이 과거 회상이 이 영화의 주요 내용입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중간중간 화면이 축소되고 반복되는 독특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사진을 형상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우리가 때때로 사진 앨범을 뒤적거리며 과거를 회상하듯, 사진에 찍힌 장면 하나하나를 회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회상에 중심에 있는 건, 바로 전학생 ‘리카코’죠.

그리고 영화는 과거의 얘기를 진행합니다. 과거는 중3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로 나뉩니다. 중3시절은 바로 친한 친구인 유타카와 친해졌던 계기에 관한 얘기입니다. 학교가 중학교 수학여행을 마음대로 없애버렸던 사건이 등장하죠. 이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유타카와 타쿠는 서로 절친이 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리카코가 전학 오죠.


그리고 리카코와 타쿠에 대한 얘기가 진행됩니다. 리카코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를 따라 고치에 오게 된 소녀죠. 이 영화는 바로 이 리카코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타쿠와 관객에게 의문을 줍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영화 내용의 추진력이 되죠. 리카코는 굉장히 톡톡 튀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말도 안 해본 타쿠에게 수학여행지에서 돈을 빌려가지를 않나, 갑자기 도쿄에 가지를 않나(그것도 타쿠와 함께), 그러고는 학교에서는 아예 모르는 척을 하고, 반에서는 친구 유미 말고는 아예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죠. 리카코에 대한 묘사를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느낌을 주죠. 하지만 영화는 선을 잘 지켜갑니다. 대놓고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리카코’가 중간중간 보여주는 상처를 통해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게 보여주죠.


결국 리카코에게 고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닙니다. 그녀에 말에 따르면 사극에나 나올법한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사는 고치는 부모의 이혼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게 된 장소죠. 그렇기에 그녀는 도쿄로 다시 돌아가려 합니다. 빌려서라도 돈을 마련하여 도쿄에 있는 아버지를 보러 가는 거죠. 하지만 도쿄의 아버지는 이미 여자 친구가 생겼고, 전 남자 친구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녀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거죠.


하지만 이런 걸 이해하기에는 타쿠도, 그리고 학교의 친구들도 너무나 어렸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와의 갈등이 일어나죠. 타쿠와도 갈등하게 됩니다. 계기는 도쿄에 둘이 다녀온 것이 알려지게 된 것, 그리고 유타카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해버린 것 때문이죠. 서로 뺨까지 때려가며 싸웁니다. 그리고 축제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갈등을 하던 리카코를 그냥 가만히 두고 보다가 리카코에게, 거기다 유타카에게 까지 한 대 맞습니다. 그렇게 리카코, 유타카와 사이가 벌어지죠.

이야기를 가만 보다 보면 우리는 리카코가 어떤 사람인가에 이은 하나의 의문을 더 가지게 됩니다. 바로 타쿠라는 사람에 대한 의문이죠.


우리는 그때 너무나 어렸다 – 현재의 나와 그녀, 과거의 나와 그녀

결국 이 영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과거의 그때, 타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입니다. 타쿠는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만, 내면 묘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누구나, 그리고 영화 속 현재 시점에 그들은 모두 알고 있죠. 타쿠는 리카코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 ‘유타카’가 첫눈에 리카코에게 관심을 보였기에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유타카가 리카코에게 관심을 보였을 때, 그는 왠지 모를 짜증을 느꼈죠. 하지만 유타카는 소중한 친구였기에 이해했죠. 하지만 하와이에서 그녀가 타쿠에게 돈을 빌렸을 때부터 거리감이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가 도쿄에 가서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을 옆에서 지켜보죠.


타쿠는 그녀를 좋아했기에 계속 배려합니다. 그녀의 자기중심적 일 수 있는 행동을 잠자코 가만히 따르죠.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욕조에서 잠을 청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그녀를 좋아했기에 도쿄에서 리카코가 전 남자 친구에게 있어 보이려고 거짓말을 할 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유타카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하면서부터 타쿠와 리카코는 싸우게 됩니다. 타쿠는 유타카가 그녀를 좋아했기에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라고 리카코와 관계를 설정했죠. 하지만 그것이 무너지면서 이제 그녀를 어떻게 대할지 몰랐을 겁니다.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그녀를 대하게 돼버린 거죠. 그리고 그녀와 거리를 둡니다. 고백을 거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타카는 계속 리카코를 좋아했으니까요.

축제 날, 리카코와 유타카가 타쿠를 때린 이유도 이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리카코는 타쿠를 마음에 뒀을 거예요. 아마 도쿄에서 자신을 배려하는 타쿠를 보면서부터 일 겁니다. 그렇기에 유타카의 고백도 거절했죠. 방법이 잘못되긴 했지만, 어렸기에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지 잘 몰랐을 겁니다. 그런 타쿠와 싸우고, 거기다 자신이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핀치에 몰렸을 때 그냥 보고만 있다니요. 너무나 실망이었습니다. 유타카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핀치에 몰린 것을 그냥 보고만 있던 타쿠에게 실망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타카가 아는 타쿠는 학교의 횡포에도 당당히 맞서 싸우는 멋있는 친구였으니까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렸기에 그렇게 과거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다시 현재 시점에서 만난 유타카와 타쿠는 바닷가를 산책하며 얘기합니다. 유타카는 타쿠가 자신을 배려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죠. 어른이 돼서야 그때의 행동들,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타카의 말을 타쿠는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가만히 긍정합니다.


과거의 그들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렸습니다. 그렇기에 실수들을 했고 솔직하지 못했죠. 하지만 어른이 됐을 때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며 과거를 추억해보면, 그제야 자신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에게 고백하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후회하고 그러는 것이죠.


이 영화를 보는 우리도 마찬가지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우리의 어렸을 때, 우리는 참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솔직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싸우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이 이해되는 현재에 과거를 회상하면 참 어렸구나 하고 조금은 쓰지만 아련한 미소를 짓게 되는 거죠. 그럼에도, 나의 실수를 포함한 과거는 그럼에도 아름답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올려다보는 고치성이 아름다운 것처럼, 그때의 순수했던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아름답죠. 그리고 그런 과거는 현재로 이어집니다. 리카코는 동창회에 참석은 못했지만, ‘욕조에 자는 사람’을 도쿄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리카코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이 된 거죠. 그리고 얼마 후 타쿠와 리카코가 도쿄에서 만나며 영화는 끝납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에서 진행될 겁니다. 이제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겁니다.


결국 이 영화는 실수투성이였지만 순수했던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며 조용히 미소를 짓고 거기에 이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관한 얘기입니다. 바다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과거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현재로 전달되는 이야기인 거죠.


판타지와 일상 – 당위적 애니메이션과 선택적 애니메이션

이 애니메이션이 독특한 것은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가진 것 치고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이란 건 기본적으로 현실에 없는 얘기를 하기에 정말 적절한 장르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 때, 당위적으로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제가 좋아하는 만화인 ‘강철의 연금술사’는 당연히 만화,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선택해야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실사로 만든다면 완전히 망가질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실사 영화 ‘강철의 연금술사’는 굉장히 잘못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옷을 입은 거죠.


반면 ‘바다가 들린다’는 굉장히 현실적이기에 굳이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로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실사 영화로 나왔다고 해서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 자체적으로도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을 과감한 연출이나 촬영 구도를 사용하지도 않죠. 그렇기에 이 영화는 그냥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선택한 선택적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로 만든 것은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 자체는 별게 없습니다. 그냥 실사 영화로 만들었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당길 무엇이 있을까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기에, 그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따뜻함과 아련함을 영화에 입힐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풍경 및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인물 심리를 표현하기에 배경을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런 게 없거든요. 아무튼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이용할 수 있었고, 타 애니메이션과 달리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었기에 오히려 타 애니메이션과 차별점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이자 장점이 된 것이죠.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지브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지브리가 나아갔어야 할 방향


이제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이 영화를 지브리 스튜디오 그 자체라 말할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굉장히 싫어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였던 스즈키 토시오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취향에도 맞지 않았을뿐더러 만들지 못할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결국 판타지입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현실이 아닌 존재들, 혹은 장소들이 등장합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이 성장하고 배우고 깨닫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추억은 방울방울’, ‘반딧불의 묘’ 같은 이전에 현실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는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처럼 성공하지도 않았고요. 저는 이것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한계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브리 스튜디오 그 자체입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말고 다른 감독의 이름은 알지도 못하죠.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대단한 걸작들입니다. 최고의 감독 중의 한 명이죠.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김이 너무 강했던 지브리 스튜디오는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의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만 만들게 되었고, 다른 신예 감독들이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바다가 들린다’ 같은 현실적 스타일을 가진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저는 ‘바다가 들린다’ 보다 ‘귀를 기울이면’이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콘도 요시후미 같은 감독들이 하야오의 후계자로 커가고 있었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더 꽃을 피우기 전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죠.

사람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볼 때 하야오 스타일의 영화만을 기대하게 되었고, 당연히 하야오만큼 그런 스타일을 잘 만드는 감독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하야오가 은퇴 선언을 했을 때, 지브리 스튜디오에 위기가 찾아온 거죠. 저는 ‘바다가 들린다’가 만들어진 1993년 이후로 계속 이런 스타일의 영화도 지브리가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야오 스타일의 영화와 함께 실사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영화가 계속 만들어졌다면 우리가 아는 지브리 스튜디오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는 스튜디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아버지와 달리 현실적 색채를 지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고쿠리코 언덕에서’가 대표적이죠. 그는 판타지 스타일(게드전기)보다는 이런 스타일이 더욱 어울리는 감독이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브리, 나아가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런 현실적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의 주목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가끔은 일본 애니메이션계가 너무 유아적 판타지에 매몰되어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그래야 현재 애니메이션계의 명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계에 대항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며


영화 얘기보다는 다른 잡설이 많았습니다. ‘바다가 들린다’를 정리해보도록 하죠. 사실 이 애니메이션이 명작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대답을 좀 망설일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적으로 봤을 때 일단 ‘유타카’라는 인물이 너무 수단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원작이 있습니다만 차라리 타쿠와 리카코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유타카’라는 인물을 배제하던지, 아니면 ‘유타카’에게 서사를 더 부여하는 게 어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바다가 들린다’라는 시나리오가 독창적인가?라고 하기에도 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거든요. 특히 일본 영화계에는 ‘러브레터’라는 걸출한 영화가 있군요. 과거의 사랑에 더해 현재의 이야기까지 아름답고 완성도가 있습니다. ‘바다가 들린다’에서 현재 시점 이야기는 좀 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있거든요.


그리고 제목이 ‘바다가 들린다’라면 바다를 이용한 연출 및 장면이 좀 더 나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제목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꽤 좋은 스타일의 제목이라고 생각은 듭니다만 막상 이 이야기가 왜 제목이 ‘바다가 들린다’라고 물어본다면 좀 아리송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그림, 좋은 음악과 매력적인 구도를 사용한 전체적 연출의 완성도, 현실적 시나리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시도. 특히 타쿠라는 남자 주인공의 매력 등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도 좋은 부분은 분명히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로 이런 현실적 얘기를 보는 건 지금 시점에도 드문 경험이니까요. 열심히 만든 장점이 분명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 지금까지 이런 영화 해석은 영화를 1도 모르는 필름 끈 짧은 무식자의 이야기였음을 알립니다. 여러분의 해석과 감상은 항상 옳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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