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로또 번호는 몇 번인가요?
*예지력 : 미래의 일을 미리 아는 능력.
이번주 로또 번호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말한 예지력은 지금 글을 읽는 당신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내가?'
맞다. 당신은 예지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불행에 한정된 예지력이다. 행운은 예상치 못할 때 오지만, 불행은 어느 순간 다가 오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걸 우리는 '불안'이라 부른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 모두가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뭔가 잘못될 미래가 그려질 때면 불안함이 느껴진다. 모두가 공감할 예시라면 대부분 겪어봤을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있을 거다. 우리는 시험 기간 내내 공부만 하지 않는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왜냐면 몰입력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9시 뉴스도 재밌거든. 그러다 문득 예지력이 발동된다.
'지금 안 하면 / X 된다'
'현재 대비하지 않으면 / 미래에 불행이 찾아올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바로 '예지력'이다.
이제야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예지력이 있다는 말이 믿겨지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게 '불안은 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예지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불안함을 느끼기 싫다면 하면 된다. 할 일 시작 전에 책상 정리, 방 청소, 밀린 집안일을 하는 것도 사실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행하는 동안은 마음이 편한다. 하지만 진짜 급한 일이 미래에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불안을 이겨내지 못한다. 불안함, 나의 예지력이 발동하여 큰 불행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시킨다.
이런 불안함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의도적 데드라인 정하기'이다. 우리는 일을 마쳐야만 하는 시간을 정해두면 결국 그 시간까지 해내는 능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해야 할 일은 원하는(?)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다. 진짜 그 시간을 넘어서면 죽는다는 마인드로 정해야 데드라인이 완성된다. 어렴풋이 '솔직히 다음 주까지 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포기하자. 다음 주에 끝내겠지. 이왕 놀 거 할 일을 미루면서 놀면 더 재밌으니까 오히려 좋잖아?
늘 기억해두면 좋은 게 있다. 급한 상황에서 불안해하고만 있다면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불안함이 느껴진다면 눈을 감고 불안의 원인을 생각한다. 당장 눈앞의 일들에 집중력이 뺏긴다면 종이에 적어보자.
'지금 무엇 때문에 불안하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는 방식은 따로 없다. 그냥 아무 말이나 끄적여보자. 반드시 '잡았다 요놈!'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고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겠구나라며 그 일을 시작하면 된다.
아! 그렇다고 계속하던 일을 수시로 바꾸면서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종류의 일로 전환할 때마다 뇌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계속하는 일의 종류를 바꾸면 또 새로 시작하기 위에 뇌가 갈려나간다. 빨리 집중력이 소진된다는 거다.
나의 불안을 야기한 해야 할 일을 메모로 적고 컴퓨터(작업대)에 잘 보이게 붙여두자. 그게 메모니까. 그러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자. 깔끔하게 하나를 마무리하는데만 집중하자.
문득 수영할 때 접영 100미터 대회를 나간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70미터 구간쯤에서 눈앞이 컴컴해지는 기분이 들고 마지막 지점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도착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온몸을 감쌌다. 한 번에 10번의 스트로크를 해낼 생각이 오히려 온몸을 굳게 만들었다.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지금 당장의 하나의 스트로크만 하는 거다. 다음에 또 하나의 스트로크만 하는 거다. 어느 구간이든 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의 스트로크뿐이다.
해야 할 일(목적)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