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맘, 수잔

by 여행에 와 락


수잔을 알고 지낸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일 년 정도만 제외하고는 나는 늘 그녀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수잔이 45세경에 낳은 막내딸까지 합해 수잔은 5명의 아이들이 있다. 대학 3학년이 큰 아들부터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까지 5명 모두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그녀는 음악을 매우 소중한 재능으로 생각하고 음악 교육에 힘쓴다. 첫째 아들은 8살에 나와 피아노를 시작했다. 이 아이가 첫 레슨에서 나에게 한 이야기는

“ I compose!”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피아노로 작곡한 곡을 쳐보라고 하고는 오선지에 옮겨 적어 주었다. 나는 작은 프레이즈나 코드를 시험해보고 만들어보는 아이들의 재능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작곡에 관심이 있어하면 늘 격려해주고 연주하게 하고 오선지에 옮겨 적어 준다. 수잔의 큰아들은 첫 작곡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피아노를 그만두고 중학교 때부터는 기타 음악을 작곡해서 친구들과 연주를 하더니 고등학교 때는 약 45분가량의 뮤지컬을 직접 작곡을 했다. 너무나 멋진 일이 아닌가!


그가 이런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게 된 데는 수잔의 놀라운 서포트가 있었다. 아들이 작곡에 뜻이 있음을 알고수잔은 작곡 선생님을 LA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셔와서 배우게 해 주었다.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치는 것보다는 듣고 치는 것에 더 관심이 많고 잘하는 아이라 내가 재즈 피아니스트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결국 고등학교 때는 작곡을 하려면 클래식 피아노 스킬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나는 클래식 피아노 책의 진도도 나가면서 코드로 반주를 하는 법을 알려 주었고, 그는 아주 쿨한 그만의 코드를 양손으로 자유롭게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나에게 쳐주고 더 멋진 조합의 코드를 만들어내는 일에 함께 하기도 했다. 수잔은 늘 아이들 음악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내가 이메일로 아이들의 음악 상태를 아야기 해주는 걸 좋아했다. 직접 만날 때는 반드시 레슨 후에 오늘 레슨에서 아이들이 어땠는지 말해달라고 하곤 했다.


막내를 임신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만삭이었고 이미 4명의 아이들, 그중 2명은 사춘기, 그리고 세계적인 회사인 유튜브의 CEO 인 그녀가 퇴근을 하고 오면 내가 그녀의 4번째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시간이다. 나라면 너무나 힘들어서 침대에 누워야만 할 것 같다. 회사일도 아이들 일도 얼마나 고되고 힘들까? 게다가 40대 중반의 나이로 만삭의 몸이니 정말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동정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바로 피아노로 와서 딸이 피아노 치는 것을 듣는다. “엄마는 네가 치는 피아노를 듣고 싶다. 여기에 좀 있을게"하며 소파에 앉으며 관심을 표현한다. 아이는 신이 나서 이것도 들어보세요, 이것도 배웠어요 하며 자랑을 한다. 나는 이 무렵 수잔이 정말 보통 엄마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늘 아이들에게 최대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고, 무분별한 치맛바람이 아니라 아이의 적성과 재능에 알맞은 뒷바라지를 해주는 멋진 엄마인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삭의 몸으로 회사의 격무와 사춘기 아이들과의 마찰 등을 겪으면서도 퇴근 후 아이의 피아노에 관심을 갖고 치는 것을 지켜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엄마의 모습이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후 수잔이 유튜브를 맡았다. 그 이후로 유튜브는 세계인이 열광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되었다. 그녀의 업적이다. 내 학생들 부모 중에는 수잔과 함께 구글에서 일한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수잔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내가 겪어본 수잔도 마찬가지이다. 작곡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큰 아들은 하버드의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갔다. 동시에 같은 도시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 공부도 하기 원했다. 그래서 그 오디션을 함께 준비했고 오디션에도 함께 갔다. 동부에 있는 학교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디션을 해서 함께 갔는데 그때 수잔이 아들을 데리고 왔다.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준비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일하는 학생들과 캐주얼하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았다. 자기가 누구인지 약간의 힌트도 주지 않는다. 그냥 그녀는 입시생의 엄마의 자격으로 그곳에서 있었다. 이들은 유명세를 조금도 기대하지도 누리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느꼈다.


나는 늘 크리스마스 때마다 학생들에게 선물을 한다. 보통 반대인 것이 맞다. 보통 선생님들이 선물을 받는 때이지만 나는 일 년 동안 나와 함께한 나의 사랑스러운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이때만은 즐겁게 쇼핑을 한다. 어느 크리스마스인지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든 수잔이 말했다.

“당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 집에 가져다준 거예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피아노 선생님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