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은 한 학생의 엄마 이름이다. 중국인인 그녀와 미국인 남편은 대학 때 만났고 둘 다 구글 직원이었다. 너무 힘든 일의 양과 스트레스를 이유로 비비안은 퇴사를 하고 창업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대신 미리 주문을 할 수 있는 앱을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은 도어 대시라는 주문 배달앱이 우버 Eats라는 앱과 더불어 음식 주문의 대표적인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 당시는 음식 주문 앱은 아직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던 중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매우 좋은 느낌이 든 나는 볼 때마다 칭찬을 해 주었다.
“어제 올린 사진, 너무 좋던데요. 전문적으로 배워 보셔도 좋겠어요.”
여러 번 해준 말인데, 그냥 흘려듣지 않은 모양이다. 어느 날 자신이 학교에 등록해서 사진을 배운다고 했다. 집안에 커다란 조명이며 가리개며, 작은 소품들이 집안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은 듯 즐겁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녀가 올리는 사진은 주로 술 종류였다. 예쁘게 장식한 칵테일 사진, 멋지게 플레이팅 한 음식 사진들…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말했다.
“요즈음 주류 회사에서 연락이 와요. 그들이 자기네 대표적인 술을 보내주고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의뢰를 하네요. 그걸로 한 달에 수천 불을 벌게 되었어요. “
그 이후로 그녀는 협찬하는 주류를 배달받고 사진을 찍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그 회사들의 본사가 있는 멕시코, 에쿠아도르, 벨리즈, 영국, 미국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주로 위스키, 테킬라 등 하드 리커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술에 대해 많이 배우기도 한다. 위스키 양조장에 가서 양조 과정을 찍기도 하고 진 앤 토닉 등 간단한 칵테일부터 좀 세련된 칵테일까지 배워 올리기도 한다. 와인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는지 팬데믹 동안 와인 아카데미에 등록해 전문과정까지 마치며 자격증을 땄다.
몇 년 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주관하는 사진 여행을 신청하여 모로코, 산 미구엘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사진을 더 심오하게 배우고 왔다. 그녀의 말이 신청해서 함께 여행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50대 이후의 부부들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사진에는 톡톡 튀는 컬러감이 있다. 대상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는다. 나는 사진을 전혀 모르지만 이제 그녀는 그녀만의 색을 가진 포토그래퍼가 된 것 같다. 열정과 재능과 노력이 이제는 인도, 중국, 모로코,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전문 포토그래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느낀 점은 40세 이후로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 나이 즈음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일까? 주변에 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모두 만족하며 산다. 가까이는 남편인 스티븐도 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큰 로펌에서 일하다가 40세 무렵에 그동안 꿈꾸며 일하고 싶어 하던 뉴욕 증시센터 (NYSE)에서 일을 했다. 다시 시험까지 보고서 말이다. 내 친구의 남편은 치과의사를 하다가 집 리모델링하는 일을 한다. 주방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짜릿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내 친구도 아이비엠에서 경제팀에서 일하다가 45세 무렵에 퇴직하고 대학원에서 언어치료 공부를 하고 있다. 이곳은 직업을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편견 없이 채용해주는 직장도 많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과 기회 때문에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하나보다. 비비안의 경우는 나에게도 많은 도전이 되었다. 나는 70세까지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은퇴할 시기를 앞당기고 싶어 진다. 게다가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비비안처럼 용기를 내어봐야겠다. 인생 한 번인데 하고 싶은 일은 해봐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