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잔치, 리사이틀

by 여행에 와 락

나는 일 년에 한 번 3월에 학생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레벨에 따라 한 달에서 3,4개월씩 연습한 곡을 선 보이는 날이다. 대여섯 살 꼬맹이들은 무엇을 해도 이쁘고 귀엽지만 수준 높은 아이들이 연주할 때는 내가 더 떨린다. 소화제 어딨지? 위산이 과다 분출되는 모양이다. 리사이틀 때 가장 기뻐하는 사람들은 부모님과 가족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오셔서 응원해 주시고 친척이나 친구 가족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20-25명 남짓의 연주자에 관중은 100명도 넘는 꽤 큰 행사가 된다.


재미있는 것이 이 리사이틀을 하고 나면 연주한 학생들의 동생들은 모두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떼를 쓴다. 상으로 받은 트로피가 그렇게 받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리사이틀 후에 내어 놓는 과자들을 그렇게 좋아라 한다. 나는 한국 과자인 쵸코 하임, 화이트 하임, 와플 과자 등을 준비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나의 학생 리사이틀에는 특이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리사이틀이 아니라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라는 점이다. 그만큼 부모들이 이를 즐기고 너무나 행복해한다. 감사하다는 멘트의 홍수 속에서 나는 여기저기서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는 여러 가정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바쁘기만 하다.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부모님들에게서 이런 행사를 열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그들의 눈빛에서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리사이틀이 끝나도 이 가정들이 집에 돌아가지를 않는다.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 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다른 아이의 아빠를 20년 만에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대학 동창인데, 그 엄마를 구글에 들어오라고 권했던 친구였다고 한다. 또 워낙 오래도록 레슨을 받다 보니 리사이틀에서 자주 만나게 되어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또 내 남편인 스티븐도 이들을 다 잘 알아서 정신없는 나 대신 찾아다니며 대화를 한다.


수년 동안 리사이틀에서 진기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에 함께 보기 힘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수잔 워지스키가 모두 모여 있는 거다. 그리고 앤 워지스키는 23 and Me라는 DNA 회사의 대표이다. 본인들도 함께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그런지 할 말도 많은 모양이다. 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건 뭐지? 셀럽들의 잔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유명한 야구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 일명 A Rod 가 온 적이 있다. 당시 앤과 사귀어서 함께 나타났는데,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마침 그해에는 세르게이가 알파고 시합 때문에 한국에 가 있어서 참석을 못했다. 여기 사람들은 이혼을 해도 애인이나 현재 배우자와 자유롭게 대동해서 만나기도 하기 때문에 세르게이가 있었어도 별 다른 반응은 없었겠지만,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나는 아마도 꽤나 신경을 썼을 것 같다.


리사이틀은 아이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 내었다는 성취감을 줄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연주를 보며 또 다른 동기 부여도 된다. 부모님과 가족들의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그동안의 수고의 보상을 받는다. 어떤 선생님이나 학원은 일 년에 두 번, 세 번 리사이틀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일 년 동안 열심히 정진해서 지난해보다 일취월장한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큰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 또는 언니 오빠들과의 듀엣을 적극 권한다.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남 형제가 함께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이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임에 의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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