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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tyle by AK Jun 29. 2021

한국 드라마 덕후, 스티븐의 '별에서 온 그대' 와인


도민준과 천송이 그리고  ’ 별에서 온 모스카토’  와인


천송이와 도민준은 이역만리 미국에 숨은 숭배자가 있는 걸 알고 있을까? 2014년 한국 드라마계를 흔들었던 별에서 온 그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전지현 씨와 김수현 씨의 극 중 이름이 천송이와 도민준이다.


최근 몇 년간 스티븐이 빠져버린 취미는 한국 드라마 보기이다.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별에서 온 그대'를 꼽는다. 그를 이어서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쇼핑왕 루이, 프로듀사 등등.  연기, 스토리도 연출이 아주 탄탄하다며 한국 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  스티븐은 별에서 온 그대를 가장 처음 보았는데, 그 드라마에 빠져서 한 동안은 한국 드라마 전도사일을 했다. 보는 사람마다 이 드라마 재밌다고 보라고 권한다. 생전 처음 보는 미국 사람들한테 까지도 말이다.  우리 집에 누군가 놀러 오면 무조건 봐야 한다. 자기 누나한테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별에서 온 그대 DVD를 선물했다. 물론 나도 무척 좋아하는 드라마로 우리는 아마도 7-8번을 본 것 같다. 뭐 음악은 물론이고 대사도 줄줄 외울 정도인데, 또 봐도 재미있다.


몇 해 전 나는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스티븐에게 한 와이너리에서 일 년 동안 두 포도나무의 소유권을 주는 프로그램을 선물했다. 나파밸리, 카네로스 지역에 있는 자그마한 와이너리이자 포도밭인데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듯하다. 나는 포도나무 두 그루를 일 년 동안 소유할 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게 여겨졌고, 와인을 좋아하는 우리가 포도를 키우고 수확해서 와인까지 만들 수 있다는 광고에 끌려서 냉큼 소유권을 사버렸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찾아가서 우리 나무들을 보고, 그때가 초봄이었으므로 가지를 쳐 주는 법을 배워, 프루닝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무에 이름을 지어 주는 일이었다. 이 포도나무에게 이름을 지어 줘야 한다는 걸 알고서 나는 며칠을 고민을 했다.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곧 방문해서 이름을 지어줘야 할 텐데 어쩌지? 난 이무 생각이 없는뎅~


근심 어린 얼굴로 스티븐에게 말했는데 스티븐은 생각해 둔 게 있다며 눈을 찡긋찡긋 한다.


흠, 뭔데?

도민준과 천송이!!


박장대소에 굿 아이디어라며 맛 장구 쳐준 나까지 합세한 바람에 우리들의 포도나무는 도민준과 천송이가 되었다.



몇 달 전부터 기대에 설레다가 8월 수확 파티에 참석하여 즐거운 파티와 수확 경험을 했다. 수확 시에는 우리 나무에서만 열린 포도를 따는 게 아니라 포도원 전체에서 원하는 만큼 딸 수 있게 해 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포도나무 오너쉽을 가진 주인들이 와서 음식과 와인을 마시며 담소도 즐기고, 음악에 맞춰 댄스를 하는 부부도 있었고, 또 한편에서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기도 했다. 반으로 자른 커다란 원형 오크 배럴에 포도를 잔뜩 넣어두고 두 사람씩 맨발로 들어가서 포도밟기를 하기도 했다. 맞은편에서는 수확해 온 포도를 덜덜거리는 기계에 넣어 포도알과 가지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산만한 파티였지만 처음 해보는 신기한 경험덕에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수확한 포도를 가져다가 집에서 와인을 만들 야무진 꿈을 꾸었었는데, 상황이 쉽지 않게 되었다. 치매이신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와 계신 거다.  두 버킷 상당의 포도는 가져왔으나 조금 먹고 나머지는 버리고 말았다. 대신에 그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사면 우리가 지은 와인 이름과 우리가 디자인한 와인 라벨을 붙여 준다는 말에, 그나마 맛이 괜찮았던 달달한 화이트 와인인 모스카토 와인을 사기로 했다.


6병을 사서 우리가 급히 디자인 한 사진과 이름으로 라벨을 붙여서 가져왔다. 이름하여 '별에서 온 모스카토' feat. 천송이와 도민준  ( "Moscato from Another Star" Featuring Chun Songyi and Do Min Joon)   



나만의 포도나무에 이름을 지어주고 가지를 쳐주고 또 주렁주렁 열린 포도 수확에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은 못 잊을 것 같다.  나중에 뒷마당 한 귀퉁이에 포도 넝쿨을 몇 그루 심고 가꾸고 싶다. 그 나무에서 열릴 포도로 와인을 담글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혹시나 그렇게 된다면  그때 와인의 이름도 별에서 온 와인이 될까? 그때도 나무이름을 천송이와 도민준으로 지으려나?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스티븐에게는 이들이 그 무섭다는 '첫정'이다. 정작 천송이와 도민준은 미국에 사는 이  키 큰 아저씨의 팬심을 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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