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 브루주?

Day 18-2, 영어의 모순

by 여행에 와 락


스티븐과 유럽의 지명을 이야기할 때 가끔씩 혼돈이 오는 때가 있다. 영국영어는 어떤지 모르지만 미국영어에서는 그 나라에서 부르는 지명과 영어로 된 지명이 아주 다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 뮤닉 (Munich)이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는데 알고 보니 뮌헨의 영어식 지명이었다. 사실 독일에서도 뮌헨이라고는 하지 않고 '뮌셴' 과 가깝게 발음한다. 스티븐이 늘 브루주 ( Bruges)라고 불러서 미케에서 실제 발음을 물어보았더니 브뤼헤라고 한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미케는 이미 익숙해서 인지 영어를 할 땐 아예 브루주라고 발음한다. 미케는 5개 국어를 할 줄 알고 미케의 아버지는 11개 국어를 하셨다고 한다. 이 유럽인들은 언어의 달인인가 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각 나라의 지명을 그 나라 고유의 발음으로 잘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다르게 부른다. 아니 아예 스펠링까지 바꿔 버렸다.

예를 들면,


원래 지명 - 영어식 지명


피렌체 (Firenze) - 플로렌스 ( Florence)

뮌셴 ( Munchen) - 뮤닉 ( Munich)

브뤼헤 ( Brugge) - 브루쥬 ( Bruges)

밀라노 (Milano)- 밀란 ( mIlan)

쾰른 ( Kolln) - 콜론 ( Cologne)

바르샤바 (Warszawa) ---월써 (warsaw)

프라하 (Praha). - 프라그 ( Prague)

머스크와 ( Moskva) - 마스카우 ( Moscow) --- (우리나라 발음은 모스크바)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내가 스티븐에게 브뤼헤라고 하거나 바르샤바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오히려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미국이라는 강대국, 영어라는 국제어의 위상인 걸까?



인종 차별


조금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미국인과 결혼하여 살면서 느낀 건데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아시아에서도, 세계 어디에서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 적어도 관광객에게는 그렇다. 스티븐과 결혼 전에도 유럽을 다녀 봤지만 스티븐과 같은 대접을 받아본 적은 없다. 미국인과 함께 다녀보니 모두 친절하다. 떡 하나라도 더 주고, 편의를 아주 잘 봐준다. 내가 예전에 다닐 때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받는다. 언어가 더 잘 통하고 친화력 갑인 스티븐의 성격이 작용했다 치더라도 역시 미국인에 대한 동경과 친근감이 아시아인보다는 훨씬 더 많다는 걸 실감한다. 만약 내가 혼자 왔다면 저런 대접을 해줄까라고 생각한 적이 수도 없이 많다. 그게 우리나라였다면 이해가 되는데 유럽에서도 그렇다.


글을 쓰다 보니 약 10여 년 전 스티븐이 한국에 나를 방문하러 온 때가 기억난다. 나는 그때 약 11개월 동안 한국에서 체류했는데 스티븐이 봄과 가을에 나를 보러 두 번 왔었다. 첫 번째 방문이 끝나고 공항에 데려다주고 혼자 돌아 가는데 공항의 직원, 스토어의 직원, 버스의 기사님, 등등 어떤 사람도 나를 보고 웃어주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스티븐과 함께 다닐 때 그렇게 친절하고 미소를 아끼지 않던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는 아무도 친절하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그 당시 괴리감이 너무 커서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찌나 적응이 안 되던지. 왜 그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한참 생각하다 스티븐이 곁에 없어서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벌써 10년도 더 지났으니 이제는 좀 더 서로 웃어주고 배려하는 문화가 더 자리 잡았으리라 믿는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미국인에게 일어난다. 억울하게도 그들은 어딜 가나 대접을 받는다.


지난 3-4년 사이에 BTS와 오징어 게임등 한국 드라마와 영화덕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어딜 가나 상승했다. 딸아이 말이 지금은 한국인으로 살기에 아주 적합한 시대라고 한다. 20여 넌 전만 해도 한국이 어딘지 모르고 한국의 존재조차도 몰랐던 서양인들이 이제는 K 영화, K 드라마, K 뷰티, 삼성 폰, 삼성과 LG 전자제품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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