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 암스텔빈 ( Amstelveen), 네덜란드
엇, 몸이 안 움직인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의 느낌이다. 혹시나 해서 일어나볼까 몸을 뒤척여봤는데 안 움직여진다. 한 시간만 더 쉬자. 한 시간만 더 하며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은 움직이기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자포자기 모드로 들어갔다.
어제 도착한 이 아파트 호텔은 작지만 아주 코지 한 곳이다. 여느 호텔 룸처럼 방을 넓게 트여놓은 대신에 침대 발치에 벽을 만들어 거실과 침실을 구분을 해 두었다. 그래서 침대에 누우면 스튜디오라기보다는 베드룸이 하나 있는 듯한 구조였다. 게다가 통로를 침대 옆 미닫이 도어로 닫을 수 있어서 침대만의 공간이 생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침대 발치의 벽에는 커다란 tv가 벽에 부착되어 있어서 침대와 한 몸이 되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이었다.
생각해보니 여행이 시작된 후 정말 강행군을 했다. 6일 차에 하루 쉰 이후 12일을 하루도 안 빼고 나가 다닌 거다. 하루 걸음수가 7000에서 12000보인데, 거의 종일 나돌아다닌걸 감안하면 몸의 움직임은 걸음수를 능가한다.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오늘은 정말 꼼짝을 못하겠다. 다행히 네덜란드에 5일 동안 있을 예정이니 하루 쉬는 건 만회가 될 것도 같다. 어제 장 봐온 음식도 있고 와인도 있어 밥 먹으러 나갈 필요조차도 없으니 오늘은 푸욱 쉬는걸로.
나는 침대에 누어 종일 tv를 보았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네덜란드 채널 속에서 영어가 나오는 방송을 찾아 스포츠 게임, 가족 게임, 영화, 광고 뭐든지 닥치는 대로 보았다. 평소에 tv를 안 좋아하는 내가 이 침대에서는 시체처럼 누워서 tv만 보고 있다. 너무 피곤하기는 했나 보다. 그렇게 대여섯 시간이나 누워 있었다. 낮잠은 못 자는 편이라 줄곧 tv를 보았다. 저녁 무렵 간신히 일어나 내일 갈 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늘 원래 가기로 한 암스테르담의 뮤지엄중 반 고흐 뮤지엄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이다.
난 반 고흐 싫어해”
어떤 대화 끝에 남편보다 5살 많은 시누이가 한 말이다. 내 귓전에서 한참을 남아있을 만큼 충격스라웠다. 반 고흐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서 반 고흐를 처음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독특한 스트로크와 굵은 선이 좋아서 클로드 모네, 조지아 오키프와 함께 제일 좋아하던 화가였는데 메트로 폴리탄의 반 고흐 방에 전시된 그의 붓의 터치와 거칠고 굵은 선을 직접 보았을 때는 순간적으로 예술적 희열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 동안 화집으로 보던 평면적인 터치가 꿈틀거리며 내 눈과 가슴으로 쑤욱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2D 가 3D로 눈에 확. 온 몸으로 반응하게되는 아이맥스 안경을 쓴 느낌이랄까?
네덜란드는 반 고흐가 태어난 곳이다. 반 고흐가 태어난 집도 가고 싶었고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뮤지엄을 가보는 건 매우 설레는 일 중 하나였다. 저녁 무렵 기운을 조금 차린 후 반 고흐 뮤지엄을 검색했는데, 여기서 한 시간도 더 걸리는 곳에 있는 개인 뮤지엄 이야기가 뜬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반 고흐의 초기작품 드로잉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니 무척 궁금하다. 그의 초기 작품은 어땠을까? 멀어도 좋다.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다면 무조건 고 고... 내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