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3. 암스테르담 ( Amsterdam), 네덜란드
첫날 오기로 했던 암스테르담에 드디어 오늘 가게 되었다. 내일은 네덜란드를 떠나는 날이니 마지막 날이 되서야 겨우 오게 된 거다. 원래 이틀은 와 보려고 했었는데, 첫날 뻗는 바람에 못 왔으니, 뮤지엄 생략, 홍등가는 패스, 안네 프랑크의 집도 패스 (온라인 예약만 가능한데, 늦게 했더니 이미 자리가 없었다), 운하 크루즈는 내일 다른 곳에서 하기로... 어지간한 곳은 모두 패스다. 이게 뭔일인지… 암스테르담은 폭망이다..
가장 아름답다는 요단 ( The Jordaan)과 암스테르담 올드 타운만 돌아보기로 했다. 암스테르담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암스테르담은 내가 원해서 이번 여행에 끼워 넣은 곳이다. 만끽하고팠던 곳인데 원하는 곳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이 꽤나 내 머리를 시끄럽게 한다. 왜 여행을 하다 보면 날짜가 늘 모자라는 걸까? 우리가 매해 여름에 가는 알래스카는 매해 한 달씩 가서 매해 같은 일을 하는데도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2-3일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여행은 원래 그런 건가 싶다.
암스테르담에 주차가 악명 높아서 스티븐이 검색하다가 알아낸 것이 있었다. 차를 올림픽공원 주차장에 세워두면 Park and Ride ( P+ R )라는 제도가 있어 주차비도 아주 싸고 시내까지 가는 교통편, 지하철, 버스, 트램이 무척 싸다. 막상 실행해 보니 사용하기도 쉽고 연계도 아주 잘되는 좋은 시스템이다. 우리는 5시간 정도 이용하고 주차비로 8유로를 냈고 대중교통 ( 트램) 요금은 둘이 합쳐 5.5유로를 냈다, 이 대중교통 요금으로 주차장에서 시내까지의 요금이 커버되었다. 주차요금 기계 앞에서 우리 앞에서 계산하는 사람을 보니 주차비만 40유로를 낸다. 4명 가족이 별도로 사용한 대중교통요금은 또 얼마일지… 이 제도를 몰랐다면 돈이 술술 빠져나갈 뻔했다.
그래서 우린 트램을 탔는데 이것이 말하자면 전차이다. 유리로 사방을 볼 수 있어서 시내 구경, 사람 구경하기 딱 좋다. 올드타운이 있는 광장에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운하가 어찌나 많은지, 큰 운하, 작은 운하, 거대한 운하, 개천 같은 운하, 암스테르담은 진정 물 반 땅 반이 아닐까 싶다. 물의 도시다.
운하를 따라서 걷다 보면 안네 프랑크의 집을 지나 요단에 도착한다. 안네 프랑크의 집은 같은 모양의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운하 바로 옆 거리에 있었다. 수십 수백 채의 비슷비슷한 집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밀고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발각될 수 없는 환경으로 보였다. 이 집의 이층이나 삼층의 한 모퉁이에 숨은 안네의 가족을 찾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작은 집의 작은 공간에서 숨죽이며 살았을 안네와 그 와중에서도 보통사람들처럼 울고 웃으며 살았던 그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보려 하니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그러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안네의 일기내용의 디테일을 알고 싶어 진다. 오기 전에 안네의 일기를 다시 한번 읽고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는 오페라를 보러 갈 때면 줄거리도 미리 읽어보고 음악도 미리 여러 번 들어보고 간다. 노래를 알면 오페라를 볼 때 느끼는 만족감이 몇 배가 된다. 이번 여행은 준비 없이 온 티가 너무 난다.
우리는 큰 운하의 곁가지로 분포되어 있는 작은 운하들을 몹시 좋아했다. 역시 작은 운하들이 폭이 좁아 옆으로 늘어선 오래된 건물과 잘 어울려서 훨씬 분위기가 좋다. 걷다가 파란색 물감으로 그려진 도자기로 유명한 델프트 ( Delft)로 가득 차 있는 앤티크 샵에도 들어가 보고, 허름하지만 예쁜 등으로 장식한 운하 곁 야외 맥주 바에서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오래된 책방, 창문으로 빵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베이커리,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 허름한 로컬 레스토랑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이 서로 크고 작은 운하와 잘 어울려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운하를 지나 다시 번화가로 나와 다시 트램을 타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암스테르담은 다시 꼭 와봐야 할 곳으로 버켓 리스트에 다시 올라갔다. 다음엔 암스테르담 시내에 묵으면서 하루하루 알차게 낭만적인 운하와 다른 볼거리들을 만끽해야겠다. 대도시임에도 오래된 빌딩들과 운하 때문인지 낭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암스테르담. 구석구석 알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