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수종 씨가 아내를 위해 이벤트를 자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았습니다.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이번엔 뭘 하면 더 즐겁고 기억에 남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곤 하니까요. 아마 제 성향 때문이겠지요. MBTI보다는 애니어그램이 더 잘 맞는 편인데, 저는 7번입니다. 열정이 많고 재미있는 일을 좋아하며 늘 즐거운 계획을 세우는 사람. 그래서 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준은 늘 하나랍니다.
“이 일이 재미있을까?”
그래서 제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면 누가 해주길 기다리기보다 제가 직접 기획합니다. 부모님 육순·칠순 같은 큰 생일에도 자녀들이 무엇을 준비할까 기대하기보다는 제가 선수를 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스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섬’이었습니다. 그리스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에 가면 꼭 섬에 가야 한다." 막상 지도를 펼쳐보니 섬이 수없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옥색빛 바다 위를 부드럽게 떠다니는 요트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전기가 번쩍 스치듯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요트 여행이다!”
곧바로 요트 임대료를 검색해 보았어요. 2021년 당시 기준으로 하루 300, 500불 정도. 요트의 가격을 생각하면 의외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곧장 가족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우리, 그리스에서 요트 여행하면 어때? 가격도 괜찮고, 다 같이 조금씩 분담하면 섬 몇 군데를 함께 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편이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제 마음은 이미 둥둥 들떠 있었어요.
“와, 내 아이디어 진짜 멋지다. 이번 생일은 완전히 레전드급 여행이 될 거야!”
그런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가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막내딸 친구 케일라의 엄마가 얼마 전 60세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그리스 요트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이게 완전히 제 머릿속에서만 나온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서양 가족들 사이에서는 흔히 하는 이벤트였나 봐요.
순간 누가 내 아이디어를 훔쳐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만큼 그리스 요트 여행이 매력적이고 인기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래서 요트 임대 사업이 그곳에서 활발한 것이고요.
결국 저는 2023년 9월, 일찌감치 예약을 마쳤습니다. 선택한 배는 6개의 캐빈이 달린 12인용 대형 세일링 요트, 크리스티아나 VIII이었습니다. 우리 부부와 아들, 막내딸, 둘째 딸, 부모님, 제 여동생, 그리고 뉴질랜드에 사는 남동생 부부까지 정확히 6쌍, 12명이 한 배에 오르게 되었지요.
가격은 요트 임대 3,700불, 선장 고용비 1,500유로, 그리고 식료품 및 부대비용이 300~400불 정도였습니다. 3년 전 제가 검색해 볼 때보다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세일링 요트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모터 요트는 사이즈가 작아 캐빈 숫자도 적으면서 훨씬 더 비싼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전체 비용의 절반을 먼저 입금하고, 저희 가족의 그리스 요트 여행은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