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어느 날, 저는 가족 단톡방에 선언을 하나 날렸습니다.
“2024년 4월, 우리는 그리스로 여행을 간다. 무조건이야!”
아이들은 “엄마, 너무 이른 거 아니에요?” 하며 쿡쿡 웃었지만, 사실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60번째 생일을 어떻게 의미 있게 기념할까 고민하다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얼마나 특별할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저는 누군가가 제 생일을 준비해주길 기대하고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편입니다.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직업 특성상 긴 여행을 아무 때나 떠나기 어렵기 때문에, 저희 부부는 매년 4월 학생들의 봄방학에 맞춰 약 3주간 여행을 다니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2024년 4월 초를 여행 시기로 정했습니다.
그리스는 제게 늘 막연하게만 다가온 나라였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낭만적인 공간, 꿈속에만 존재하는 듯한 곳.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 막연함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사실 저와 남편은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웬만한 유럽 국가는 이미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단 한 번도 다음 여행지로 떠올린 적이 없었지요. 멀고 복잡해 보였고, 정보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특별한 생일 + 가족과의 여행 = 로맨틱한 그리스
이 공식이 떠오르는 순간, 저는 주저 없이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정정하신 부모님께도 곧바로 소식을 알렸습니다.
“2024년 4월, 그리스로 떠나요! 건강과 여비 모두 잘 준비해 두세요~”
처음엔 농담처럼 받아들이셨지만, 제가 1년에 한 번씩 리마인드를 해드리자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러더니 2023년 여름에는 드디어 정확한 날짜를 물어보시기까지 했습니다. �
저희 부부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살고 있는 국제 부부입니다. 저는 재혼, 남편은 초혼으로 함께하게 되었고, 여전히 서로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에겐 세 자녀가 있습니다.
첫째 아들: 한국에서 직장 생활 중
둘째 딸: 미국에서 저와 함께 사업 중.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다가 한국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다시 돌아와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셋째 딸: 싱가포르에서 미국 기업 세일즈포스 근무 중
아이들이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 흩어져 있다 보니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건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제 남동생 가족은 호주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게 무려 23년 전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그 가족까지 초대했고, 영국에 사는 이탈리아인 친구 마르코까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이는 특별한 여정이 된 것이지요.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추억을 쌓고, 부모님과 아이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제게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