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삐걱했지만, 설렘은 계속됩니다.

오래전 배낭여행에서 꺼낸 여행 팁

by 여행에 와 락

요트 대신 택한 길, 그리스 로도스로

요트 여행을 포기한 그날, 남편과 저는 곧바로 머리를 맞대고 앉았습니다.
“자, 그럼 어떤 섬부터 가볼까? 순서는 어떻게 하지?”
검색창을 열었다 닫았다, 지도를 확대했다 줄였다, 그렇게 며칠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지요.

"그렇게 꿈꾸던 요트 여행을 포기해야 하다니.." 물론 처음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도 결국 여행의 일부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우게 된 것 같더라고요.


와인 한 잔과 함께 짠 새로운 여정

그날 밤, 테이블 위에 와인을 올려두고 새로운 경로를 다시 그렸습니다.
잃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뭔가 더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인생이 그렇듯, 맘먹은 대로 안되더라도 늘 좋은 점은 있게 마련이거든요.
" ‘완벽하게 짜인 일정’은 사라졌지만 대신 ‘살아 숨 쉬는 여행’을 하게 될 수도 있어"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편안한 럭셔리 여행이 아니라 발로 뛰는 여행이 될 거다 싶었던 거죠.


배낭여행 추억에서 꺼낸 팁

남편은 20대 시절 3개월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입니다.
그때 사귄 독일과 덴마크 친구들 덕분에 지금도 유럽은 늘 그의 두 번째 고향 같은 곳이지요.

이번에도 남편은 그 당시 여행하던 오래전 유스호스텔에서 들었던 ‘그리스 여행 핵심 팁’을 꺼내 들었습니다.
“로도스, 크레테, 코르푸—이 세 곳이야.”

하지만 막상 지도를 펼쳐 보니 코르푸섬은 너무 멀찍이 떨어져 있더군요.
특히 크레테섬은 그리스 최남단에 길게 뻗어 있어서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욕심을 줄이고, 꼭 필요한 곳만 가기로 했습니다.


로도스섬의 Lindos라는 곳의 유적입니다.


아테네, 과감히 패스

남편은 단호했습니다.
“아테네는 하루면 충분해.”

모든 여행객이 그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게다가 이미 그리스를 다녀온 제 두 딸까지 가세했지요.
“치안도 별로고, 오래 있을 필요 없어요.”

아크로폴리스와 판테온 신전을 포기한다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남편과 아이들의 경험을 믿고 과감히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아테네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로도스섬으로 향하는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로도스섬의 린도스 해변


여행 설계자에서, 여행자로

예전엔 제가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일정표, 지도, 책자까지 펼쳐놓고 최적의 루트를 만드는 게 제 일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남편은 경험이 많고, ‘척 보면 척’ 필요한 선택을 해내는 감각이 있거든요.
저는 이제 그 자리를 기꺼이 내주고, 대신 온전히 즐기는 ‘여행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


드디어 로도스섬으로

총 23일간의 유럽 여행, 그 첫 시작은 남편과 단둘이 보내는 로도스섬 5일이었습니다.
이후에는 가족들이 합류해 17일간 함께할 예정이었지요.

요트 대신 새롭게 짜인 일정이었지만, 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제 마음속 설렘은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잃은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그 희망이 저를 다시 짐 싸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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