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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Dec 22. 2022

20221216-22

새공부시작, 바리스타자격증, 생일, 소비생활


게으른 나를 두고 볼 수 없으니 자꾸 뭘 시작하게 된다. 일을 벌이는 걸 꺼리는 타입이라 웬만큼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시작도 안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질렀다. 그리고 뭐 찾아봐도 다 똑같은 소리다. ‘레드오션이다, 배워봤자 써먹을 데 없다, 차라리 대학원을 가라’ 뭐 이런 소리들. 근데 그렇게 치면 세상에 할 게 없다. 그래서 큰 의미 두지 않고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한, 시간을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일단은 시험이 다가오면 어떤 공부인지를 까는 걸로. 근데 뭐 별 건 아님.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이 있었다. 전형료 내고 앞치마랑 행주 사니까 10만 원 뚝딱이네. 돈 내면 주는 자격증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막상 쳐보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세상일이 다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님. 시험의 난이도를 떠나서 시험 진행이 아주 개판이었음. 전형료 받은 만큼은 일들 하셔야죠. 체계도 없고, 시간도 못 맞추고, 진행 스탭도 없고. 진짜 그냥 돈 받고 붙여주려는 시험인가 빡쳤는데 그래봤자 나만 프로 불편러 되고 마는 거라서 그냥 참았다. 시험은 뭐 그냥 수업 때 외운 그대로 했다. 여기 협회가 주먹구구라는 건 학원 등록하고 알았기 때문에 딱히 채점표 같은 것도 안 찾아봄. 큰 실수 없었고 타임도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그냥 적당히 맞춘 것 같다. 설거지하다 피처가 떨어져서 실격되려나 했는데 그냥 감점만 된 모양이다. 아, 시험은 붙었다. 그것도 문자로 안 알려줘서 홈페이지 가서 찾아봄. 1급 딸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장사 이렇게 하시는 거 아니에요. 협회는 반성하세요-

내 마지막 라떼 저것은 하트도 아니고 달도 아니여

생일이었다. 뭐 늙는 게 자랑도 아니고 큰 의미 안 두는데 그래도 친구가 먼 길 와서 축하해 줬다. 자기 살림하기도 바쁠 텐데. 어찌 보면 가장 덜 뜨거웠던 사인데 가장 오래 보는 사이가 됐다. 1년 만에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맥주 한 잔 해도 안 어색한 사이, 좋다. 둘 다 줄 서는 거 못하는 인간들이라 적당히 백화점 식당가에서 밥 먹고 대신 차는 좀 예쁜 데 가서 마셨다. 직원들 친절하고 다구며 인테리어도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쓴 티가 나서 좋더라. 일단 너무 깨끗해.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거 딱 질색인데 모든 게 제자리에 정리되어 있었음.

정산소종과 시즌 베이커리 모래시계가 너무 예쁨

친구는 주말에 만났고 당일엔 혼자 케이크 불었다. 원래는 생일맞이로 모엣 한 병 따는 게 나름의 생일축하였는데 올해는 한약 먹는 중이라 이틀 연속 음주는 약값이 피눈물이라 비싼 케이크를 맞췄다. 그래도 돈 들인 보람이 있었는지 너무 맛있어서 감동함. 요즘 프랜차이즈 빵집들 말 많은데 동네 빵집 좋다. (근데 동네빵집이라기엔 예약이 거의 피켓팅 수준인 데도 많음) 처음 보면 비싸다 싶기도 한데 매일 먹는 거 아니니까.

곰돌이 너무 귀여워 시트랑 얼그레이크림이 진짜진짜임
필라테스 쌤한테 선물 받음 완전 내스타일 타르트

천 원, 이천 원 쓰다 백만 원 훌쩍 날아가는 경험을 평생하고 있다. 이번 주는 무지출 해야지- 는 매번 다짐으로만 끝난다. 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게 왜 이렇게 많을까. 아니라고? 다 필요 없는데 그냥 너 좋아서 사는 거라고? 그치… 그치만 돈 쓰는 게 제일 즐거운 걸 어떡해?


평일 오프는 좋은데 싫다. 잠깐 방심하면 하루가 꿀꺽 사라져 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일부러 세탁기도 예약해놓고 잔다. 빨래 너는 거 때문이라도 일어나려고. 일부러 운동도 제일 늦은 타임으로 예약해 뒀다. 집안 정리 싹 해놓고 가서 운동 끝나고 오자마자 바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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