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지네언니 Dec 29. 2022

20221223-29

도시락, 시벨리우스, 도서관, 크리스마스, 샌드위치, 정리의 기술


도시락을 싼다.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절약이나 건강을 위한 거창한 건 아니다. 도시락 싸는 돈이나 사 먹는 돈이나 거기서 거기다. 건강을 위해서라기엔 메뉴가 그닥 건강하지 않다. 그냥 밖에 밥 먹으러 나가기 귀찮아서 있는 밥 싸 오는 거다. 제일 만만한 건 김밥. 김밥은 왜 먹어도 먹어도 안 질릴까? 마트 가서 김밥세트 할인하면 그냥 집어 온다. 쉬는 날 열 줄 싸서 내내 먹고 다음날 도시락으로 싸 오는 거다. 냄새 안 나고 먹기 편하고 든든하고 딱 좋다.

알록달록 내 도시락

겨울에 시벨리우스가 듣고 싶어지는 건 어떤 법칙 같은 걸까? 찬바람 부는 산책길에 시벨리우스를 틀면 아 겨울이구나 싶다. 추운데 따뜻한 그 느낌 뭔지 알지? 연주 음악은 가사가 없으니 마음대로 상상하기에 좋다. 쓸쓸한 회색 길, 스산한 바람, 회색 하늘 너머로 날아가는 철새들, 뭐 이런 상상.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좋은 동네다. 버스 타고 세 코스. 오르막이라 갈 때는 버스 타고 올 때는 걸어온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도서관에 가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내가 지독하게 게으르다고 느껴지는 날엔 도서관엘 간다.

좁은 집에 더 이상 책을 늘릴 수 없어 책을 사는 데 신중해진다. 서평만 보고 사서 실패한 책들을 중고로 파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 도서관에서 미리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책을 빌릴 때는 일부러 분야별로 한 권씩 고른다.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를 읽어보려 노력한다.

도서관도 반짝반짝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는 별 게 없다, 늘 그렇듯. 그냥 집에서 뒹굴며 맥주나 마시고 귤이나 까먹고. 요즘엔 크리스마스 특선영화로 해리포터를 틀어 주더라. ‘나 홀로 집에’와 ‘러브 액츄얼리’를 지나 ‘해리포터’의 시대다. 한 십 년 후에는 뭐가 되려나. 뭐가 됐든 예전만큼 흥겨운 분위기가 아닌 것은 못내 아쉽다. 나 말고도 다들 먹고살기 힘든 모양이다.


단호박 리코타 샌드위치

요즘 내 최애 샐러드 집. 샐러드도 맛있고 샌드위치도 맛있다. 무엇보다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시다. 역시 장사는 이런 사람들이 해야지. 이런 집은 맛없어도 사 먹…지는 않겠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 지난날 우유 냄새 취할 만큼 리코타 좀 끓여본 입장에서 이 집 리코타 제대로다.


좁은 집에 살면 수납공간 확보를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게 된다. 옷이야 걸면 되고 개면 되지만 가방이나 스카프 모자 같은 자잘한 것들이 정리하기 더 어렵다. 손 트는 게 싫어서 장갑을 챙겨 끼는데 맨날 신발장 위에 얹어 놓기 뭐해서 찾은 방법. 바깥쪽에 날이 닿으면 자국이 남으니 꼭 날을 안쪽으로 해서 집어 두자.

매거진의 이전글 20221216-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