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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May 08. 2023

230501-07

소비기록, 집정리, 비온다


책상 구매. 일할 때면 노트북 두 개에 책을 쌓아놓는 지라 책상이 좀 작았다. 요즘 정말 개같이 일하는 중이라 통장에 돈이 좀 들어왔길래 바로 질렀다. 집안 대부분의 가구를 십자 드라이버 하나로 조립한 나는 이번에도 전동드라이버 없이 책상 조립에 도전.

죽는 줄 알았네.

책상 상판이 너무 무거웠고 단단하게 하려다보니 조립 다하고 나서 숟가락을 못 들겠더라. 대신 흔들림 없고 넓어서 마음에 든다. 문제는 편하게 일하려고 샀는데 일이 하기가 싫다. 기껏 책상 바꿨더니 의작가 너무 불편해서 또 열심히 검색중. 허리 아파 죽겠음.

날이 너무 더워서 여름 원피스를 샀는데 사자마자 기온이 떨어져서 아직 개시도 못했음. 여름에는 꼭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입고 싶더라. 하늘색 스트라이프 원피스 이미 두 벌이나 있는데 또 사버리고 맘.

일본 콘서트 가고 싶어서 일본 멤버십 가입. 추첨 떨어지면 가입비 날리는 건데 갱신 포카 받아서 팔면 메꿀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합리화 함. 착하게 살게요, 뽑아주세요.


3일 연휴라 맘 먹고 있던 집 정리를 했다. 낡은 신발장이 계속 눈에 거슬렸는데 시트지 사서 다시 발랐다. 책상 위치도 바꾸고 책장 정리도 다시 했다. 중고로 처분할 책이 있나 봤는데 이미 웬만한 건 다 팔아서 남은 건 진짜 죽을 때까지 안고 갈 책들 뿐. 아니, 죽기 전에 다 처분하고 딱 열 권만 남겨놔야지. 그 전에 사놓고 안 읽은 책부터 팔고.

보통 집정리는 6개월에 한 번 꼴로 한다. 50리터 쓰레기 봉투 한 장은 무조건 채운다는 마음으로 하는 거다. 마음은 미니멀리스트인데 현실은 맥시멀리스트도 아닌 고물수집가다. 털짐승 있는 집이라 감춰진 부분이 많으면 털이 너무 쌓여서 어떻게든 드러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죽을 때 정말 이불 한 장 책 열 권 찻잔 두 개만 있는 몸이면 좋겠는데 이상은 이상일 뿐, 나란 인간은 그런 무소유의 경지에 이를 만큼의 인간이 못된다.


오랜만에 비가 많이, 오래 왔다. 비 오는 날이면 브루흐 스코티시 판타지가 듣고 싶다. 커튼까지 쳐서 어두운 방, 조금 눅눅한 침대 위에 누워서 빗소리에 섞이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어딘가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억지로 침대에서 빠져 나와 화분들 빗물 샤워를 시켜주고 커피를 진하게 내린다. 보일러를 잠깐 돌려 눅눅함을 날리고 다시 침대에 누워 이번에는 비내리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다 잠들어 제법 깊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음악은 끝났고 빗소리만 울린다. 그 따끈한 이불 속 기운이 너무 아쉬워 품속에 파고든 고양이를 더 꼭 끌어안고 별 거 없는 유튜브 쇼츠를 보며 낄낄거리다 배가 고프면 먹다 남은 배달 음식을 데워 먹는다. 그렇게 하루를 꿀꺽 날려버렸지만 뭐 어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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