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을 끊어야, 연휴, 머리가 어지러울 때는 청소를, 집중력 높이기
경기가 바닥으로 내리꽂혀서 다들 긴축 재정 중이라는데 나는 배민 VIP. 가계부에 배달 음식만 주루룩 찍혀서 너무 절망적임. 예전에는 배달 음식 시켜먹으면 죽는 줄 알고 벌벌 떨었던 적도 있는데 사람이 이렇게 바뀐다. 냉장고에는 탄산수랑 레몬, 사과, 버터, 잼이 전부. 주말에 눈뜨자마자 뭐 먹으려고 하면 쌀도 없음. 결국은 시켜먹게 됨. 그런데 집에서 뭘 해먹자고 장을 보면 한 번 해먹고는 바빠서 잊어버리기 일쑤다. 돈도 돈이지만 건강에도 당연히 안 좋다. 뭘 먹어도 입에 남는 MSG맛. 우리 집은 다시다도 맛소금도 안 쓰는 집이라 처음 독립했을 때 밥 사먹기 진짜 힘들었는데 이젠 그냥 그러려니 먹게 된다. 건강상 아무 문제 없다지만 죄송합니다, 싹 다 끊어본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지만 좋을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건강상의 문제로 MSG, 착색제, 첨가제가 들어간 모든 가공식품을 끊어본 적 있음. 밀가루, 유제품(그릭요거트 당연히 안됨), 백미, 설탕 다 끊고 풀먹인 소에 현미밥, 한살림 채소 과일만 먹고 1년을 살았음. 여드름, 트러블, 비염, 아토피 싹 사라짐) 아파서 내내 운동을 못 가다가 거의 한 달만에 운동 갔는데 1키로나 쪘더라. 역시 배민을 끊어야지 하면서도 밤 11시에 팥빙수 시켰다.
연휴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절에 가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좀 빠지면 다음 주쯤 등이나 달러 가야지. 연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다. 늦잠 실컷 자고 빨래 돌리고 청소기랑 스팀 돌리고 또 자다가 일어나서 밥 시켜먹고. 이번 주말에는 애들 첫 스타디움 콘 라이브뷰잉을 보고 왔다. 제일 뒷자리에서 반쯤 드러누워서 애들 얼굴 보니까 좋더라. 잘생긴 걸 크게 보니까 너무 좋음. 내내 비가 와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대목에 좀 섭섭하셨겠다 싶다. 요즘은 밖에 나가도 폐업하는 데가 너무 많고 운영하는 매장들도 어쩐지 활기가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나는 올해 잘 버틸 수 있을까?
머리가 어지러울 때는 청소만한 게 없다. 퇴근하는 길에 50리터 쓰레기봉투 하나 사와서 화장대고 옷장이고 다 뒤집어서 낯설다 싶은 애들은 싹 다 버린다. 텅빈 수납장 보는거 너무 기분 좋다. 근데도 또 몇 달 지나면 물건이 쌓이니 나라는 인간이 지겨울 지경이다. 이제는 정말 쓸데없는 거 안 사야지 하는데 왜 매번 버릴 것이 나오는 것인가. 청소기 밀고 스팀까지 돌리면 바닥이 뽀송해서 아주 잠시간은 바닥에 누울 수 있다. 곧 고양이 털로 뒤덮이게 되지만. 좀 더 체력이 남아서 다림질까지 해서 나란히 걸어놓으면 충만감 최고. 그러고나면 지쳐서 꿈도 없이 잠든다.
요즘 집중력이 바닥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가장 심한 건 영화 한 편을 통으로 못본다는 거. 예전에는 주말에 혼영 세 편을 내리 달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스킵 없이 영화 본 게 언제인가 싶다. 영화비가 어마어마해지고 나서 극장을 안 간지 오래됐고, 집에서 영화를 보다 보니까 집중이 더 안된다. 그리고 애초에 영화든 드라마든 업무 BGM으로 사용하다 보니까 분명 봤는데도 기억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보니 그냥 내도록 유튜브 2,30분짜리 영상들이 더 편하고. 덕분에 영화 한 편 책 한 권 읽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거다. 그래서 주중에 한 편 영화 보기, 한 달에 한 번 극장가기, 2주에 한 권 책 읽기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만 하는 중이다. 일단은 트위터를 끊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