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도해 주세요.

by 모래올

벌써 두 달 전쯤 일이다.

첫째 아이가 중요한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터뷰라기보다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우리 부부에게 더 중요한 인터뷰였다. 우리가 해 줄 수 없는 일인데 기회가 생겼으니 잡았으면 하는 부모의 욕심말이다. 어쨌든, 인터뷰에 임하는 당사자는 첫째 아이고 나름 며칠 동안 준비하고 있었다.


친정엄마게 전화를 드렸다.

참 오랜만에 해 보는 말이었다.

“엄마, 기도해 주세요. 통과가 되고 안 되는 건 우리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지만 이번 기회가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되면 좋은 일이니 기도해 주세요.”

어떤 일인지,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드렸고 기도해 주시라 부탁드렸다.

“그런 일이 있구나, 세상에 우리 손주 아직 어린 건 아닌가?”

엄마는 할머니 입장으로, 나는 엄마의 입장으로 걱정되는 것과 기대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지막에 엄마가 눈물을 삼키며 말씀하셨다.

“우리 딸, 고마워. 엄마한테 말해줘서.”



신혼 때는 엄마에게 뻔질나게 전화했었다.

벌레 난 쌀은 어쩌면 좋은지, 된장찌개를 끓일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채소는 어떻게 보관하면 좋은지..

요리를 비롯한 살림살이는 전부 내게 어려운 일이었고, 엄마는 늘 해답을 주셨었다.


내가 꾸린 가정에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 기도부탁도 많이 했었다.

아이들이 아플 때도 그랬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도 그랬다. 평생 새벽기도회 자리를 지켜오신 분이다 보니 그 기도의 힘을 믿고 있었고, 당연히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부탁드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살림정보는 인터넷에 터치 몇 번으로 무궁무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은 정보만 주는데 엄마는 구구절절한 ‘잔소리’도 함께 주시니 내겐 이쪽이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엄마와 내가 같은 종교를 갖고 있음에도 색깔이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면서 한 번씩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번엔 내 쪽에서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 과정이 고단해 요즘은 기도부탁도 잘하지 않고 있다.



그랬던 내가 오래간만에 기도부탁을 드리니 좋으셨던 모양이다. 눈물이 핑 돌 만큼.

나이 들고 힘 없어지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세상을 살다 보니 그 역할이 자꾸 줄어드는데 ‘엄마의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셨나 보다. 어쩌다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빨래 개 주세요, 이것 좀 다듬어 주세요 하면 좋아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기도부탁을 드리고, 일주일? 열흘쯤 지났을 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00이 잘 다녀왔어?”

“엥? 겨울방학에 가는 거예요.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으니 기도해 달라 그런 거잖아. 아니 기도를 어떻게 한 거예요? ”

“야!!! 내가 그렇게 기도했어도 하나님은 다 아셔 뭘.”


우리 엄마, 아직 힘이 빠지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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