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재해석)_공황의 기원

by 크렁 아저씨


강력한 불안감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패닉(panic)의 어원은 그리스의 신(神) 판(pan)에서 나왔다. 판은 상업의 신 헤르메스와 페넬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얼굴은 사람의 모습인데 온몸은 털투성이고, 허리 아래는 염소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였다. 판은 숲 속에서 살았는데 조금만 기분이 나빠지면 괴성을 질러 사람과 동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으며, 판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겁에 질려 안절부절못하고 공포에 떨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가축들이 무엇인가에 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판의 장난으로 여겼다고 한다. 즉, 명확하게 가축을 놀라게 만드는 그 무엇을 찾지 못하니, 그냥 판의 장난이라 치부하고 넘긴 것이다.


원래 공황을 지칭하는 패닉은 사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있어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면, 싸우거나, 혹은 도망가기 위해, 이에 필요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여러 호르몬들이 나오는 상태가 된다. 이때, 우리는 '심계항진, 발한, 흉통, 떨림, 숨 가쁨, 무감각, 임박한 파멸의 느낌이나 통제력 상실 등'과 같은 다양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들 한다. 즉,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자동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벌써 이전에 이 땅에서 사라진 매머드나 공룡들처럼 되었을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은 여기까지다.


아마도 이미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여러 차례 패닉을 경험했을 지도,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도 경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유형에 따라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패닉을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지나 보내거나, 또는 단지 머릿속에 아주 작은 불쾌했던 경험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그냥 지나가는 일회성의 작은 이벤트로 여기지 못하고, 어떤 이유로 인하여, 그 이벤트를 마치 엄청나게 큰 공갈빵처럼, 그 순간의 불편함을 아주 크게 부풀려, 너무나도 공포스럽게 만든 것이 어쩌면 공황과의 동행을 시작하게 만든 시작점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공황과 동행을 하면서, 위에서 이야기한 어떤 이유에 해당되는 것들을 찾다가 나의 성향, 나의 생각, 나의 실체 등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나의 성향과 나의 생각하는 방식이 그 이벤트 순간에 더해져서 공포를 경험하게 했구나라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공황장애인들은 그 순간,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었던 실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과 하소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작은 이벤트를 그냥 이벤트로 끝내지 못하고, 그 당시 겪었던 외부 스트레스를 대한 태도나 예민한 성격 역시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공포스러운 상황에 그 공포의 대상을 찾지 못하니, 막연하게 신(神)의 장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정말 가슴에 와닿으면서, 어쩌면 현대 의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지금보다도 더 인간을 더 잘 알고 근본적인 접근을 했다는 생각이 경외스럽기까지 느껴진다.


만약, 나도 공황발작을 겪었을 때, 그냥 판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고 넘겼다면, 혹시 공황장애에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이런 생각만 하기에는 이미 선을 넘어, 동행이 시작되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내가 경험했던 모든 느낌과 냄새, 색깔 등은 이미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에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공황과의 동행을 시작하면서, 언제고 그 두려운 판(공황발작)이 저 숲을 뚫고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지니면서 말이다.


하지만, 처음 공황발작으로 공포를 느끼면서 안절부절못할 때는 그 대상을 몰랐지만, 이젠 잘 안다. 그 공포의 대상(판)은 나의 아주 작은 신체적, 정서적 작은 불편함이었는데, 그때는 그것을 몰라서, 나 스스로가 상상 속에서 부풀려 아주 거대한 척하는 괴물로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나에게 발생하는 신체적 변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https://en.wikipedia.org/wiki/Pan_(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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