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재해석)_불안의 실체

by 크렁 아저씨

어떤 분야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니, 2년 반이 넘게 불안이란 녀석과 매일 24시간 씨름하고 동행을 했으니, 이젠 준전문가쯤 되지 않았을까 하고 농담 삼아 말해본다. 불안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불안은 어떤 감정일까',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종류는 다를까', '불안과 연결된 감정은 무엇일까', '불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등등...


그중 재미있는 고민을 하나 공유하자면, 불안은 과연 어떤 감정들의 복합체일까 하고 고민한 일이다. 그래서, 향이나 색을 만드는 것처럼,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섞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느끼는 기본 감정은 기쁨, 슬픔, 공포, 놀람, 분노, 행복 등으로 6가지(폴 에크먼)에서 8가지(로버트 플루치크) 정도가 있다고 하고, 그 이외에 우리가 느끼는 다른 모든 감정들은 이것들의 혼합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런 이론이라면,
향수를 만들어내는 '조향사'처럼, 내가 '조초(燋)사'로서 기본 감정들을 이리저리 섞어서 만들어 본다면, 내가 느끼는 불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어떤 기본 감정들을 얼마만큼 섞어야 만들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참 어리석은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안으로 너무 힘든 순간, 내가 느끼는 불안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하다가 생겨난 질문이니, 그 당시가 얼마나 절박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공포와 놀람은 좀 많이 섞고, 슬픔도 좀 첨가시켜 주면, 불안이 만들어질까? 물론 아닐 것이다. 불안은 기본 감정일 수도, 아니면 더 많은 기본 감정들이 섞여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알겠느냐마는 어쩌면, 불안은 말 그대로, 내가 충분히 한 감정에 머물러있지 못하고, 어느 감정으로든 금방이라도 변할 수 있는 가장자리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작은 것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미세한 변화에도 공포를 느끼며, 사소한 일에도 염려를 멈추지 않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은 것이 혹시, 진짜 불안의 실체일지도 모르겠다.


KakaoTalk_20241207_120715380.jpg 제네바 레만호수의 야경


작가의 이전글(심리 재해석)_공황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