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_2. 동행

2.4 동행이란 여정은?

by 크렁 아저씨

작은 일상의 감사와 보람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갑작스럽게 공황이란 동행자를 만나고, 위축된 삶을 회복시키며, 포기하지 않고, 긴 시간 함께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동행상대에 대한 이해와 세워야 할 규칙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껏 놓쳐왔던 삶의 지혜일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몇 년 전 겨울, 공황증상이 너무 심해서, 증상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질 않았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숨쉬기도 잠자기도 그냥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던 그때가 지나고, 나에게도 어쩌면 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갔던 것들, 따뜻한 햇살과 여러 모양의 구름, 이름 모를 들풀들, 지나가는 꼬마의 웃음소리마저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증상이 심할 때를 돌이켜보면, 내가 빠져있는 증상, 불안, 우울, 염려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무채색 마냥, 그냥 나와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들로 여겨진다. 그러다가 증상이 좀 잠잠해지고, 조금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보이지 않던 주위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겼던 조그마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연 나에게 감사함이 다시 찾아올까 하고 생각했던 내게, 증상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내게, 한 줄기 빛처럼 작은 감사함이란 것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나에게는 이전 수 없이 다녔던 산책길에서 만난, 돌틈을 비집고 나온 이름 모를 들꽃을 보면서, 다시 감사함이란 것이 싹트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그 들꽃은 어제도 그제도, 내가 매일 마주하는 산책길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불안과 씨름하느라 바라보지 못하고, 바라볼 여력이 없어서 놓쳤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작은 감사함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 감사함은 절망감에 빠져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도 보이게 해 주었고, 희미하지만 희망이란 것을 다시 갖게 해 주었다. 두려워서 딱딱하고 움츠려 들었던 내 마음도 움직이게 만들어 , 피하고 싶은 장소나 상황에 대한 직면도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용기도 만들어 주었다.


어쩌면 이 작은 감사함이 커져서, 미래에는 내 안에 가득 찬 공포와 두려움의 자리를 대신할지도 모르겠다.


그 작은 감사함은 어느덧 하루만 더 버티자고 외쳤던 내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 소중한 작은 감사함을 지금도 잊지 않고,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마치 꺼져가는 내게, 작은 불씨처럼 찾아온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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