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_공황이 준 기회

by 크렁 아저씨

난 가끔 왜 내게 공황이라고 하는 것을 경험하도록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어떤 일도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 물음이다. 물론 답을 찾는 것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영영 그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일상생활 속에서 뜻하지 않게, 그 답의 일부나 작은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주일 설교 중, 영화 Evan Almighty 대사 일부가 소개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몇 주전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혹시 이런 이유에서 공황을 경험하게 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사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신께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하면, 신께서는 원하는 것을 바로 주시는 것 대신에,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멋진 대사이다.


몇 주전 안내팀 봉사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목사님 설교가 끝이 나고, 예배인원수를 세기 위해 위층을 오르락내리락하던 중에, 교인 중에 한 분이 예배당을 나오셔서 창백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숨 쉬기도 약간 힘든 듯해 보였고, 이리저리 몇 번을 왔다 갔다 하시더니, 예배당 밖의 의자에 앉아 계셨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혹시 숨쉬기기가 힘드시냐고 여쭤보고, 최대한 천천히 숨을 쉬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너무 염려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나도 겪어 보았고, 그 순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기에, 그분 옆에 좀 떨어져서 앉아, 몇 마디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계속 답답하시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으시냐고? 그랬더니,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다며, 요즘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큰 병이 아닌지 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심인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경우도 많으니, 너무 염려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꼭 의사에게 가보셔서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지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후 2주가 지났을 쯤인가, 그분이 환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셨다. 지난번에 너무 고마웠고, 덕분에 용기를 내어서 의사도 만나고 왔고, 상담도 시작했다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사실, 이전에는 그 분과 멀리서 그냥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사이었고, 그 분과의 첫 대화는 그날 위로의 말을 건넨 때가 처음이었다. 그 후로는 볼 때마다 아주 반가운 얼굴로, 마치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처럼 인사를 건네게 되었다.


그분이 그날 힘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먼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분의 고통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는 삶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만약 신께서 내게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으로 물질적 능력과 따뜻한 마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둘 다가 아니라면, 아마도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대사처럼 나 역시, 이런 바람을 이루기 위한 기회로 공황을 주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상담을 받다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내가 따뜻하고 정감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때, 어떤 다른 인정을 받았을 때보다도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나에게 있어서는 타인에게 위로와 따뜻함을 건네는 것이, 결국 내가 행복하게 되는 것이리라.


혹시, 공황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더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닐까?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신께 바란다면, 이에 더해 적절한 유머마저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영화: Evan Almighty (2007)
장면: 카페에서 God(모건 프리먼)과 Joan(로렌 그레이엄)의 대화

God:
Let me ask you something.
그럼 하나 물어봅시다.

If someone prays for patience,
어떤 사람이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면,

do you think God gives them patience?
하나님이 인내심을 바로 주실까요?

Or does He give them the opportunity to be patient?
아니면 인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If they prayed for courage,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면,

does God give them courage?
하느님이 용기를 안겨줄까요?

Or does He give them the opportunity to be courageous?
아니면 용기를 낼 기회를 주실까요?

If someone prayed for the family to be closer,
가족이 가까워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do you think God zaps them with warm, fuzzy feelings?
갑자기 따뜻해지는 감정을 내려줄까요?

Or does He give them opportunities to love each other?
아니면 서로를 사랑할 기회를 줄까요?

God (부드럽게):
You see, everything you’re going through right now…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모든 것이…

This is an opportunity.
이건 기회예요.

[출처] 위기는 기회예요. 그렇게 볼 수 있다면요. - 영화 에반 올마이티 (Evan Almighty)|작성자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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