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부터
분주한 아침, 고등학생 첫째를 깨우고, 아이들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첫째의 방문이 열리고 부스스한 모습 뒤 산더미 같은 옷가지 배경화면과
바닥에 널브러진 과자봉지들. '굿모닝'은 없다.
쏟아내는 잔소리와 언성 높인 훈계.
개의치 않고 인상만 찌푸린 채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바쁜척 제 할 일만 하는 아이가 괘씸해서 한 단계 데시벨이 올라간다.
그 덕분에 휴대폰 알람 시각 십분 전인 둘째까지 기상이다.
둘째가 건네는 굿모닝 인사는 기운이 없다.
아침 눈치보기 시간이다.
옷가지과 씨름하던 첫째는 결국 차려놓은 밥 대신 학교 앞 편의점
간식을 먹겠다며 서둘러 나간다. 그러고도 필통이며, 교통카드를 챙기지
못했다고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오길 두세 차례.
소리 없이 눈으로 잔소리 폭격을 날리고 있는 나.
타임 슬립 영화다... 어제와 같고, 내일도 다르지 않을 오늘.
누구든 웃으며 시작할 수 없는 아침이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하다가도
첫째의 정리하지 않는 어수선한 성격에 화를 북돋은 원인을 떠넘기고
아무것도, 아무도 사과하고 사과받은 사람 없이
우울한 겨울 장마 같은 하루를 연다.
--------------------------------------------------------------- 흔한 일상
결국 미안했다. 그리고 반성까지.
쉽게 바뀌지 않는 아이의 특성이려니 넘기지 못하는 어른의 부족한 대범함이.
욱하는 순간 맘속으로 열을 새고 숨 고르기 할 참을성이 없는 조바심을.
내가 맞이해야 할 기쁘지 않은 아침일지라도 노력을 해야 했다.
유난히 큰소리를 싫어하는 둘째를 위해서라도.
-------------------------------------------------------------- 그리고 죄책감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오늘 아침,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보다 5분 먼저 방문을 노크한 엄마에게
투덜거림 없이 일어난 첫째.
편의점에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 없이 말하는 아이에게
차분히 왜 집밥이 좋은지 말해주니 알겠다며 조용히 한 그릇을 비운다.
여전히 방에 두고 챙기지 못한 준비물을 가지러 2번을 연거푸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지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화장실에서 형에게 인사를 건넨 둘째가 형이 현관을 나가자마자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오며 두 팔을 벌려 안아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나와 몇 킬로 무게차이 나지 않는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빙그르 돌려주고 엉덩이도 톡톡 두드리고 볼뽀뽀도 해줬다.
눈물이 왈칵 올랐다.
서두없이 안겨오는 둘째의 애교는
서툰 엄마에게 내리는 큰 칭찬이다.
말없이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몸짓으로,
"엄마! 오늘 아침에 형을 참아주고 차근차근 작은말로
알아듣게 설명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저도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요^^"
이 말을 하고 있다. 알고 있다. 너무나도.
엄마가 잘 참아줘서, 잔소리하지 않고 형을 큰소리로 혼내지
않아줘서 정말 고맙고, 잘했다고.
그렇게 온몸으로 나에게 칭찬을 건네는 아이.
어른인 나보다 훨씬 큰 마음을 가진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