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신뢰

by 박사력

글쓴이는 지난 세월 국내외 기업에서 마케팅 직무를 담당하면서 신제품 인지도와 광고데이터 조사를 위해 여론(시장)조사 기관을 많이 이용했다. 1990년 초중반 모 대기업에서 마케팅팀장을 맡았을 때 주로 이용한 여론(시장)조사 기관이 한국갤럽과 닐슨코리아였다. 당시 한국갤럽의 박무익(1943~2017) 대표가 방문해 사업부문장(임원)과 함께 여러 차례 회의한 기억이 엊그제 같다. 박 대표는 성품이 매우 소탈했는데(당시 한국갤럽 대표지만 연구소장이라는 명함이 인상적이었다), 여론(시장)조사계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론과 실전에 해박했다. 요즘 국내에서 각종 여론조사가 난무하고 있지만 터무니없는 결과가 속출하는 것을 보고, 글쓴이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다만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각별히 챙겨본다. 30여 년 전 한국갤럽의 시장조사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 수집과 객관적 해석을 실감했기에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신뢰한다. 글쓴이의 경험에 기반한 판단과 별반 다르지 않게 국내 언론매체나 각 정당도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갤럽은 3월 14일 '비상계엄 사태 수사·탄핵 심판 관련 기관별 신뢰도'를 발표했다. 신뢰도 조사 대상은 헌법재판소, 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검찰, 공수처, 경찰이다. 6개 기관 중 가장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검찰이다. 검찰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26%,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64%다.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한 기관은 헌법재판소로 '신뢰한다' 53%, '신뢰하지 않는다' 38%를 나타냈다. 경찰은 신뢰 48%·불신 41%, 법원 신뢰 47%·불신 41%, 선관위 신뢰 44%·불신 48%, 공수처는 신뢰 29%·불신 59%를 나타냈다. 윤석열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신뢰하는 기관이 달랐다. 한국갤럽은 "탄핵 찬성자 중 70% 내외는 헌재와 선관위를 신뢰하고, 절반가량은 경찰·법원·공수처도 신뢰하지만 검찰에 대해서는 그 비율이 13%에 그쳤다"며 "반면 탄핵 반대자 중에서는 선관위,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84%, 72%를 차지했다"라고 설명했다. 거대 양당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신뢰한다' 26%, '신뢰하지 않는다' 67%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신뢰한다' 37%, '신뢰하지 않는다' 55%다.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신뢰도는 16%, 불신은 76%다. 중도층의 민주당 신뢰도는 37%, 불신 53%이다. 윤석열 탄핵 찬성 여론은 58%, 반대는 37%다. 5%는 의견을 유보했다. 정권교체 여론은 51%, 정권유지는 41%다. 중도층에서는 정권교체 여론(61%)이 정권유지 여론(30%)의 2배에 달했다. 조기 대선 시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34%,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0%,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 오세훈 서울시장 4%, 홍준표 대구시장 3%,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1% 순으로 나타났다. 35%는 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권 후보군 지지율을 전부 합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10%p 이상 뒤진다. 결론적으로 검찰과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멀지 않은 시기에 공중분해되는 비참한 말로에 처해질 것임을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갤럽의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이다. 응답률은 13.4%(7,484명 중 1,001명 응답 완료)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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