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초호화 크루즈 인디아나 호에 초대된 다섯 명의 승객이 있습니다.
여행의 주최자는 등장하지 않은 채, 그들을 맞이한 것은 두 명의 승무원.
고풍스러운 거실에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몇 권과 각 승객의 띠에 해당하는 동물 인형이 놓여 있고,
즐거운 여행에의 기대로 잔뜩 들뜬 주인공 하루카와 승객들.
그리고 그들의 귀를 뚫고 들어온 녹음된 목소리.
전체 구성원 일곱 명이 과거에 저지른 죄에 대해 하나하나 읊으며 심판을 하겠다고 합니다.
제목부터 설정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마주임이 백 퍼센트 확실한 이 소설은, 역시나 예상대로 일주일간의 크루즈 여행 기간 동안에 한 사람씩 죽어나갑니다. 자신의 띠에 해당하는 동물 인형과 함께 말이죠.
등장인물 본인들도 자신들에게 발생한 연쇄살인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은 맥락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름의 자구책을 모색해보지만, 당연히 범행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주인공 하루카가 끝까지 살아남는 것 같지만, 이 소설 속에서 오래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죄의 무게가 크다는 의미이죠.
살 떨리는 공포 속에서 누군가와 단 둘이 남은 상황에서 그가 범인이라 생각한 하루카는 그를 총으로 쏴 죽이게 됩니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고립된 크루즈. 분명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갑판에 밧줄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사람 목이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고리가 달려있고요.
누가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 그녀는 고리에 머리를.....
이 유명한 소설의 오마주이니만큼,
당연히 그에 걸맞은 반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톰 셀렉이 출연한 1973년작 “쉴라의 최후”와 비슷한 느낌이고,
거의 이 소설의 반전과 동일한 결말을 가진 다른 영화도 있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튼, 아가사 크리스티 류의 미스터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눈치채실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
일본 추리 소설답게 깔끔하고, 몰입감도 좋으며, 범행 동기도 방법도 결말도 평타 이상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또 하나 더 추천드리자면, 영화 “쉴라의 최후”도 상당히, 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오래된 영화라 설마... 하지 마시고, 추리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일부로라도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