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본다면

by 화리보

많이 힘들죠? 참 고생이네요. 편하게 살 수 있는 길도 많은데 굳이 남이 하지 않는 분야와 일에 꽂혀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를 보면 꽤 자주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세상에 크고 중요한 일들도 많은데, 그런 일들에 비하면 정말 작은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참 무겁게도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마치 ‘우리만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나?’하는 마음에 맥이 빠질 때도 많구요.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마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좀 되기는 합니다.


저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제가 조금은 더 먼저 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결승선에 도착하는 사람이 내가 아닐지라도.”


아마도 여러분들처럼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깊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이 들다 보니까 마치 우리가 모든 것들을 바꾸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까 무언가를 의미 있게 바꾸지 못했을 때 거기서 오는 좌절감이나 허탈함에 또 다시 걸어나갈 힘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조금은 먼저 가다 보니 이런 것들이 결코 쉽게 또는 단기간에 눈에 띄게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일에 따라서는 우리의 생 안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그래서 우리, ‘결승선에 도착하는 사람이 우리가 아닐지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해요.


댄 히스라는 사람이 쓴 “업스트림”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어떤 분야이건 제도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꼭 그것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또는 누구라도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도 우리의 역할은 충분할 수 있어요.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그 열매를 본다면 너무 좋은 일이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기도 하고, 그렇게 급하게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들도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아마 이미 느끼고 있을 지도 몰라요. 우리보다 조금 더 똑똑하고 잘 하는 사람이 했으면 이런 부작용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도 느끼고 있잖아요.


우리 조금은 더디더라도 자연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기로 해요. 그걸로도 우리 충분히 재밌잖아요? 저도 제가 아닌 여러분 중 누군가가 결승선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놓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볼게요.


여러분이 걸어가는 길이 조금이나마 수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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