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분석해본 경험이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이 글에서 모든 것들을 다 쓰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할 것 같아서 대표적인 모습 하나를 잡고 써내려가 보고자 한다. 그런데 스스로 고민하고 분석해본 적은 많이 있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본 적은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오늘 쓰는 글 이후로도 스스로의 여러 모습들에 대해서는 계속 기록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오늘 적어보고자 하는 내 모습은, 계획형이 아닌 통제형으로서의 J인 내 모습이다. 나는 예상을 벗어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부터 내 성격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함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누군가에게 높은 예측가능성을 주고, 그로 인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보통 어떤 약속이건 한 30분 전에는 미리 도착하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에 집에서 학교까지 1번 환승해서 총 45분 정도의 거리에서 살았었는데, 어느날 한번 환승하는 전철이 문제가 생겨서 수업 시작 시간에 거의 빠듯하게(그래봤자 한 5분 전) 도착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럼 보통 사람은 ‘아 뭐 오늘은 엄청 예외적인 날이니까’라고 넘어가기 마련이지만 나는 그 다음날부터 그 한번의 예외 때문에 30분 일찍 나오던 것에서 30분을 더 당겨서 1시간 일찍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당연히도 우리 삶에서는 예외가 있는 날보다 예외가 없는 날이 훨씬 많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10시 수업인데 8시에 학교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되면서 참 나도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한 것 보다, 몸이 힘든 게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계속해서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
그래서 약속을 어기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내가 약속을 어기는 일은 거의 없지만 모든 일이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의도와 상관 없이 계획이 틀어지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게 그 약속의 중요도와 관계없이 모든 약속에서 그렇다.
영화를 보러 갈 때도, 나는 적어도 5분정도 전에 입장을 해서 앉아서 기다리고 싶다. 그런데 같이 영화를 보는 어떤 사람은, 어차피 시작 시간 이후 10분동안 광고 시간이기 때문에 먼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럴 때 다수의 의견이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의견에 따르지만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영화관에 불이 꺼지고 사람들이 앉아있는데 거기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싫은건데 꼭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다보니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남에게도 꽤 엄격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너무 엄격해서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이런 모습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좀 유연해져 보려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해지니까 결국은 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최대한 다른사람이 불편해지지 않는 수준에서 스스로만 그런 것들을 지키고 살아보려고 한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 바람처럼, 스스로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이라는 말을 한때 핸드폰에 적어놓고 다닐 만큼 이 부분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참 사람이라는게 뜻대로 안되는 것 같다. 오늘 글을 통해서 최근의 스스로를 다시 한번 반성하고 이 말을 새기며 내일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