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목요일 오후
비 오는 목요일 오후.
스무 번째 면접 탈락 문자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나는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걷고 있었다. 물에 젖은 운동화가 축축하게 발을 감싸고, 머리카락은 이마에 들러붙었다. 그래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울 힘조차 없었다.
‘이제 정말 끝인가 봐…’
그 순간, 골목 끝에 은은한 불빛이 보였다.
‘달빛 서재’라는 이름이 적힌 작은 카페.
비에 젖은 간판이 유난히 따뜻해 보였다. 마치 나를 위한 공간처럼.
문을 열자, 종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따뜻한 커피 향과 나무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내가 들어온 걸 눈치챈 듯, 카운터 너머에서 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비 많이 오네요. 우산 없으셨나 봐요.”
낯선 목소리인데 이상하게 편안했다.
그는 검은 머리에 따뜻한 눈가 주름이 있는 사람이었다.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다.
“따뜻한 거 드릴게요. 꿀 라떼 좋아하세요?”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부드럽고 정성스러웠다.
마치 커피 한 잔에 위로를 담으려는 듯.
나는 창가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창밖의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고,
그 너머로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 너머로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커피가 놓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따뜻하죠?”
그의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네… 정말 따뜻해요.”
그날, 나는 꿀 라떼 한 잔으로 세상을 다시 믿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남자의 눈빛에서,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