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1)

오늘도 망했다

by seungbum lee

"오늘도 망했다."


스무 번째 탈락이었다. 안소연은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면접관의 '수고했어요.'라는 기계적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당신 같은 사람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6개월이었다. 대학 졸업 후 6개월. 친구들은 저마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 SNS에 근사한 일상을 올리는데, 소연의 일상은 온통 까만 먹구름이었다. 불안과 초조함은 이미 익숙한 감정이 되었고, 이제는 그 자리를 깊은 무기력과 피로가 채우고 있었다. '이번에는 될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희망마저 희미해졌다.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초췌했다. 거울 속의 낯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대학 시절, 그래도 꿈 많고 순수했던 안소연은 사라지고 없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그저 작아지고, 무너져 내리는 스스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아무도 없는 방 안, 소연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스스로를 껴안았다. 하지만 이 위로의 말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메아리처럼 허공에 흩어질 뿐이었다. 따뜻한 온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모든 것을 잊고 기댈 수 있는, 그런 따뜻함.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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